위로가기 버튼

황교안 일병구하기

등록일 2020-02-06 20:01 게재일 2020-02-07 19면
스크랩버튼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자유한국당의 수도권 공성전략이 초장부터 꼬이고 있다. 통상 총선에서 가장 많은 수의 국회의원 당락이 걸린 수도권 공략을 위해서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대표주자끼리 건곤일척의 승부와 천번지복의 한판대결을 벌이는 게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4·15총선에서는 ‘서울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지역구가 바로 그 현장이다. 그런데 이같은 대결구도를 억지로라도 만들어내야 할 제1야당 대표가 오히려 여당 후보로 나설 이낙연 전 총리와의 대결을 피하는 모양새로 비쳐 지역 정치권에서도 볼멘 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망신살이 뻗치려나. 황 대표가 우물쭈물 결단을 미루는 동안 호남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당선돼 ‘지역정서 타파의 선두주자’란 명예로 당 대표까지 지낸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전격적으로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고 말았다. 이왕 호남지역에서 힘을 잃은 이 전 대표야 격전지에서 장렬하게 전사한다해도 밑질 일없다는 계산이니, 그의 정치적 순발력은 상당하다 평가할 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뛸 황교안 대표는 지난 5일 자신의 총선 출마 지역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이리 와라’ 그러면 이리 가고,‘인재 발표해라’ 그러면 발표하고, 그렇게 하는 건 합당하지 않다”면서 자신의 행보는 자신의 판단, 자신의 스케줄로 해야하고, 이번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큰 전략 하에 자신의 스케줄을 짜겠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종로 출마는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셈이다.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란 말이 나온다.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다른 사람도 마땅히 하기 싫어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황 대표의 행보는 이같은 공자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중진의원들의 험지출마론을 설파해온 황 대표가 수도권에서 여권의 대권후보로 가장 유력한 이낙연 전 총리가 출마한 종로지역을 피해 다른 수도권의 험지에 출마하겠다면 어떤 의원들이 납득할까 싶다. 자신의 출마지역을 결정하기 위해 서울 용산, 양천구, 마포 등지에서 지지도 여론조사를 통해 승산을 점치느라 북새통을 벌이고도 공천신청이 끝난 오늘까지도 출마지역을 결정하지 못한 채 미적거리는 모습은 당 안팎의 비판을 자초한다.

이런 마당에 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전 대표나 총리 물망에 올랐던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각각 자신의 고향에서 교두보를 확보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한들 무슨 염치로 험지출마를 강권할 수 있을까. 무릇 지도자는 타인의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해야 한다. 원외 당대표로서 겪어온 불편함을 어떻게든 해소하고, 대권가도에 진력하기 위해서 이같은 무리수를 서슴치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짐작은 되지만 총사령관이어야 할 당 대표의 구차한 행보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의 전체 사기에도 나쁘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감행하고 있는 ‘황교안 일병 구하기’작전은 실속없고, 볼품없는 최악의 작전으로 기록될 듯 하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