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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를 누르고 싶다

등록일 2020-03-17 19:56 게재일 2020-03-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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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2002년 하버드 대학에 입학한 마크 주커버그는 2003년에 재학생들의 사진을 올려놓고 누가 더 매력적인지를 투표하도록 하는 ‘페이스매쉬’(facemash)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러나 사생활과 지적 재산권 침해라는 이유로 대학 당국은 곧바로 사이트 차단에 나섰고, 주커버그는 근신처분을 받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페이스북(Facebook)은 이렇게 장난처럼 시작되었다.

2004년에 만들어진 페이스북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주커버그에게 엄청난 부를 가져다 주었고 지금은 세계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자 소셜 미디어가 되었다. 2020년 1월 통계자료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월간 이용자는 전 세계적으로 2억4천여만 명에 이르고 미국 성인의 71%가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인스타그램 이용자가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세대를 통틀어서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SNS 앱은 페이스북이며 2019년 5월 한 달 간 총 46억분의 시간을 페이스북에 쏟아부었다고 한다.

일상의 삶에서 우리말을 잘 가꾸어 쓰자는 생각을 가진 나는 2012년부터 얼굴(사진과 동영상)과 얼(정신과 생각)을 가지런히 정리해놓은 책장이라는 뜻에서 페이스북을 ‘얼책장’으로, 흔히들 ‘페친’이라고 부르는 페이스북 친구를 ‘얼벗’으로 뒤쳐 부르고 있다.

얼책장을 통해 얼벗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생각을 읽고 삶을 엿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얼벗들이 제공하는 자료들을 통해 지식을 쌓기도 하고 좋은 정보를 얻기도 하니 이로운 점도 상당하다. 그들이 올려주는 글과 사진 등을 보며 ‘좋아요’를 지긋이 눌러주는 것은 ‘소확행’의 하나이다. 내가 올린 글에 댓글이 많이 달리고 ‘좋아요’ 숫자가 늘어나면 ‘관종’(관심종자-타인의 관심과 이목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처럼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얼책장을 통해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마음을 잇는다.

하지만 슬프고 힘든 일, 나쁜 소식을 전하는 글이나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은 마뜩잖은 일이었다. 2016년 2월부터 얼책장에는 ‘좋아요’ 외에 ‘최고예요’, ‘웃겨요’, ‘멋져요’, ‘슬퍼요’, ‘화나요’ 등 여섯 가지 그림기호가 생겼다. 공감 반응의 다양성이 확보되었지만, 가장 많이 누르는 것은 역시 ‘좋아요’이다.

그런데 요즈음 ‘슬퍼요’나 ‘화나요’ 기호를 누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삶의 현장에 힘겨워 하는 많은 이들의 글, 사람의 발자취가 사라진 썰렁한 거리를 보여주는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그 내용이 아무리 공감이 되고 좋아도 ‘좋아요’보다는 ‘슬퍼요’에 손이 멈춘다. 슬픈 이야기는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가짜 뉴스는 보고 싶지 않다. 이 와중에 거짓된 정보나 가짜 뉴스를 전하는 글을 보면 맨 구석에 있는 ‘화나요’ 기호를 굳이 찾아 누르게 된다.

코로나19는 소셜 미디어에서의 감정 표현마저도 이렇게 바꾸어 놓고 있다. 다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좋아요’를 마음껏 누르고 싶다. 그 날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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