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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사체험과 양자물리학

등록일 2020-04-30 18:40 게재일 2020-05-0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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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시조시인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에 의해서 지동설이 확립되고, 뉴턴이 물리학적 체계를 정립하면서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현상계의 과학적 이해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현대인들이 상식으로 알고 있는 대부분의 물리적 현상은 뉴턴의 고전역학으로 설명이 된다. 그러나 우리의 상식을 벗어난 거시적 현상이나 미립자와 같은 미시적 현상에 대해서는 새로운 이론과 법칙이 발견되어 뉴턴의 역학은 한계를 드러내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시간의 절대성이 무너지고 중력장으로 인한 공간과 빛이 휘어진다는 새로운 물리법칙이 증명되고, 원자(atom)의 구조와 같은 미시적 현상을 다루는 양자역학은 물리적 현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하였다. 원자가 모든 물질의 기본 단위라는 건 중학생이면 배우는 상식이지만, 그것이 하나의 입자가 아니라 원자핵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전자의 자기장으로 형성되어 있다는 건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리처드 파인만의 말처럼 물질계의 기본이 되는 미시현상은 인간의 이해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고, 그것은 의식(意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임사체험(臨死體驗)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임사체험이란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 근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이라고도 한다. 의학적으로는 심장이 멎고 뇌기능이 정지된 상태를 사망으로 보는데, 요즘은 심폐소생술이 발달하여 일시적인 사망상태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많아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1982년에 행해진 갤럽조사에서는 미국에서만도 임사체험을 했다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임사체험자들의 증언에는 보통 몇 가지 패턴이 있다. 밝은 빛을 본다든가 자신의 삶을 순간적인 파노라마로 보는 것, 시공을 초월한 의식의 무한한 확장 등이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무한히 밝고 가볍고 안온하고 모두가 하나인 상태를 경험하고 나서 모든 집착이나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사례도 있다. 그것은 종교를 초월한 무한한 영적세계라고 할 수 있으며, 미국에서는 임사체험 연구가 종교적 영역이 아닌 수백 건이 넘는 학문적 보고서와 논문이 제출된 의학의 한 분야로 인정되고 있다고 한다.

대다수 임사체험자들의 일관된 증언은 우리가 과학적 사유로 인식하는 물질계 말고도 영계와 같은 다른 차원의 세계가 있다는 것과 육신의 죽음과 함께 소멸되지 않는 의식체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임사체험을 하고 난 후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불필요한 욕심이나 이기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늘어나며,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을 지향하게 되는 등 상당히 고양된 의식 상태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들의 증언과 연구자들의 견해는 우리의 의식이나 사유가 과학이라는 고전물리학적 프레임에 갇혀서 너무 형편없이 찌들고 쪼그라든 게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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