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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문을 다시 열기 전에

등록일 2020-05-17 19:51 게재일 2020-05-1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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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특별지원금 지급으로 소상공인들의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으나 종전방식의 영업형태를 고수한다면 정상화가 쉽지 않으며 결제방법 다양화, 업종별 위생강화와 비대면서비스, 배달서비스의 도입 등을 동반해야만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진은 최근 포항시 남구 구룡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

이제야 약간이지만 도시가 깨어나 몸을 뒤틀기 시작하는 듯하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마스크를 한 사람들의 표정도 다소 풀린 것 같다. 생활방역체계로 이행한 이후 거리에 사람이 조금 늘어난 것도 같고, 택시기사님 목소리에도 활기가 돌아오고 있다. 다만, 일찌감치 승강기에 비치한 손 소독제를 없앤 곳이 있고,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 좁은 승강기에서 통화하는 사람들이 생겨난 것에는 눈살을 찌푸리기보다는 걱정부터 앞선다. 정부가 궁여지책으로 국민을 믿고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한 것이지, 우리나라가 코로나19라는 무서운 전염병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 아님을 모두 마음속에 새겨두어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당장 내년이라도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여하튼 포항 지역에서도 코로나19 이후의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많은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안도하여 안일하게 지금까지 닫아두었던 가게 문을 그저 열기만 해서는 V자 회복이 아닌 L자 회복에 그칠 수도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만에 하나 코로나19가 아닌 또 다른 전염병-20, 전염병-21이 발생한다면 지금처럼 가게 문을 닫았다가 다시 여는 상황만 반복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정부가 있는 자금 없는 자금을 끌어모아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재정자금을 투입할지는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서는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문제가 아니라 아주 국부적인 어쩌면 국내 한정 나아가 특정 지역에만 한정한 전염병이 있을 수도 있다. 일례로 조류인플루엔자나 구제역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피해지역이나 대상이 좁혀지겠지만 여전히 전통시장, 골목 정육점, 관련 식육을 취급하는 식당과 마트 매출은 떨어질 것이고, 해당 지역 방역을 위한 출입통제로 관광 관련 업종도 피해에서 벗어날 수는 없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떠한 위기 그중에서도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게 되는 전염병과 관련한 사태가 발생하게 되면 소비자의 행동 패턴은 지금과 거의 다르지 않게 나타날 것이다. 당연히 위기 발생과 그로 인해 경제적 타격을 입게 될 소상공인들은 이번 코로나19사태에서 보여주었던 방식을 답습하기 쉽다. 이와 같은 위기와 대응과정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변화를 바란다고 해서 굳이 새로운 획기적인 어떠한 경영방침이나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는 않다. 단지 신뢰를 쌓는 것뿐이다. 가게와 손님 간의 신뢰. 평소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던 손님들이 이번 코로나19사태로 발길을 끊었다면, 그렇지 않은 가게도 분명히 있었다. 가게 매출이 급감한 원인을 무조건 세계적인 코로나19 때문이라며 외부에서만 범인을 찾지 않았으면 한다. 최소한 1%라도 일부 원인이 자신의 가게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였으면 한다. 단골손님들이 굳이 말하진 않았으나 평소 자신의 가게가 비위생적이라 생각하고 있었을 수도, 출입구가 너무 좁아 드나들 때 손님들과 부딪치기 쉽다고 여겨 이번 사태에 아예 발길을 끊었을 수도 있다. 다른 가게는 평소에도 전화 주문이 가능하여 집으로 배달해준 다음 배달원이 지참한 카드결제기로 결제하고 있었기에 이번 사태로 가게 문을 닫은 상태에서도 일부 매출이 있었던 반면, 자기 가게는 신용카드의 사용도, 배달도 불가능하였기에 가게 문을 닫아 피해가 더욱 컸었을 수도 있지는 않았나 근본부터 생각해보아야만 한다.

최근 정부는 적어도 1가구당 40만 원 정도의 소비 여력을 만들어 주었다. 일정 지역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고 사용기한도 정해진 특별조치다. 분명히 가게 문을 연다면 이번에 소비자 지갑에 들어간 돈 중 다소 얼마라도 거래해 왔던 인근 소비자를 통해 가게 매출이 일어날 가능성은 생겨났다. 하지만 단지 그것만을 무작정 바라고 가게 문을 연다고 해서 지금 비상시국 전환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경기회복 조치에 따른 수혜가 자기 가게까지 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지금은 사태가 완전히 종식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형이며, 소비자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사회적 거리 두기와 위생, 최대한의 비접촉, 비대면이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게 문을 열기 전에 어떻게 해야만 할까. 지금 당장은 힘들더라도 다음과 같이 일부 방향성만큼은 받아들여 앞으로 펼쳐질 비대면, 비접촉의 시대에도 가게를 지켜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을 더욱 굳건하게 다져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첫째, 그동안 카드수수료가 들고, 당장 현금화하기 어렵다는 등 여러 이유로 오직 현금결제만을 선호하였던 가게라면 최소한 고객이 신용카드 정도는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지원금만 하더라도 현금 지급 대상이 많지 않고 상품권보다는 오히려 신용카드, 체크카드, 선불카드 등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소비자 대부분은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정부지원금을 사용하기 쉬운데 자기 가게만이 현금결제를 고수한다면 가게 문을 열지 않은 것과 별다른 차이가 생겨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자기 가게도 온라인 판매망을 갖춘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러려면 돈도, 시간도 들여야만 한다. 하지만 적어도 일정 금액 이상을 산 고객에게는 집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는 쉽게 도입할 수 있다. 현대 소비자에게 택배, 배달은 일상화된 지 오래다. 지금은 ‘신뢰’하는 가게에 전화로 ‘회’까지 주문하여 배달받아 먹고 있는 시대다. 하물며 썩지 않는 공산품을 취급하는 가게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종전까지 찾아가야만 하던 가게에서 전화로 배달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다시 위기가 오더라도 가게가 입는 피해는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셋째, 음식점이라면 더욱 앞으로의 변화를 수용할 태세를 갖추어야만 한다. 철저하게 자기 가게의 특성에 맞추어 서비스를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 음식점은 상시 방역합니다’라고 적어둘 필요도 있다. 가능하다면 테이블마다 칸막이는 물론이고 아예 자리를 한 방향으로만 배치하는 방법도 좋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투명 안면 마스크를 주방은 물론 홀서빙 직원들까지 착용을 의무화해야만 할 것이다. 손님들은 일일이 주인에게 지적하지 않는다. 안가면 그뿐이다. 앞으로 음식점의 성패는 이처럼 적어도 가시적인 위생 수준의 확보가 매출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각자의 수저가 모두 넘나드는 전골류를 서비스하는 가게라면 1인당 뚝배기로 배식하는 방법도 필요할지 모른다. 예전에는 고급음식점이나 직원들에게 모자를 쓰도록 했다면 이제는 골목 식당도 그래야만 살아남는 시대가 왔음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넷째, 전통시장에서는 여전히 모든 손님이 한 번씩은 만져보고 일일이 필요한 무게만큼 저울에 달아야만 전체 가격을 알게 되는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작은 분량별로 미리 분리 또는 포장해두고, 가격도 킬로그램당이 아니라 소량으로 구분해둔 분량별 가격을 표시해둔 곳일수록 손님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옛날처럼 주인과 흥정하고 일일이 가격이나 원산지를 물어야만 하는 곳일수록 비대면 비접촉시대에는 살아남기 힘들다. 신용카드가맹점임을 밝힌 가게일수록 생존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택배까지 된다면 금상첨화다.

이상과 같은 가게의 변화는 시청공무원이나 시민들이 도와주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가게의 흥망성쇠를 책임지는 가게 주인만이 결정할 수 있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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