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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의 정치

등록일 2020-09-10 18:39 게재일 2020-09-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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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래<br /><br />시조시인<br /><br />
김병래시조시인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한 부족장의 아들로 태어났다. 백인 정부의 인종차별에 맞서 싸우느라 대학시절부터 줄곧 감옥을 들락거리다가 1963년엔 종신형을 받아 1990년 석방될 때까지 27년 넘게 감방과 채석장에서 복역을 했다. 석방된 후 아프리카민족회의(ANC) 의장으로 선출되어 백인정부와 협상, 350여년에 걸친 인종분규를 종식시킨 공로로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1994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었다. 취임식에 옛 교도관을 초대했는가 하면 자신을 투옥시킨 사람들을 내각에 등용해서 갈등과 상처의 치유에 힘썼다.

그를 추종하는 국민들로부터 종신대통령직 제안을 받았지만, 아프리카의 민주주의는 선거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며 거부하고 1999년 대통령직에서 물러났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한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은 회고록에서 이렇게 밝혔다. “아파르트헤이트(인종격리 정책)의 지지자와 피해자가 함께 일하는 광경은 보기 좋았다. 그들은 과거를 부정하지도, 현재의 의견 불일치를 감추지도 않았다. 그러나 공동의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것 같았다. 그것은 만델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화해의 정신 덕이었다.” 그리고 그는 만델라에 대해 ‘오랜 수감생활에도 불구하고 사랑과 우정, 친절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은 사람’이라고 썼다.

그와는 정반대로 문재인 정권은 오로지 분열의 정치에만 목을 매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는 분명 통합과 공존의 세상을 열어가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언명했지만, 실상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분열과 적개심을 조장하는 일에 앞장을 선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지난 정권과 상대 당을 모조리 적으로 몰았고, 반일감정을 부추겨 우파들에 토착왜구란 프레임을 씌운 것,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편을 갈라 증오와 보복의 정치를 한 것, 최근에는 의사와 간호사들까지 이간질을 하는 비열한 행태를 보였다,

정치적 책략 중 가장 비겁하고 치사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분열의 정치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좌우의 대립이 상존해 왔으므로 적당한 구실을 던져주고 프레임을 씌우면 알아서들 피터지게 싸운다. ‘대가리가 깨어져도’밀어붙이는 절대 지지층을 손쉽게 확보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그 다음엔 부화뇌동하는 중도층을 포퓰리즘으로 끌어들이면 정권유지가 보장되는 것이다. 그런 전략으로 톡톡히 재미를 본 것이 바로 지난 총선이었다. 재난지원금이란 구실로 돈을 풀어먹인 것이 주효했다.

정권이 획책한 대로 대한민국은 지금 분열과 갈등의 양상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불신과 적개심은 가뜩이나 어려운 국가의 전망을 더욱 암담하게 한다. 관용과 배려의 정신은 실종되고 나라가 망하든 말든 끝장을 보겠다는 광기와 증오가 난무한다. 넬슨 만델라와 같은 현인(賢人)이 참으로 아쉬운 시국이다. 최근 들어 문제인 정권을 지지했던 일부 지식인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현상이다. 올바른 식견과 분별력을 가진 사람들이 바른 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사필귀정의 결과를 기대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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