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미국에서 제46대 대통령선거와 더불어 상원과 하원 의원선거, 주요 주지사선거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가 신임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라는 예측이 높은 가운데,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상원과 하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차지한다면 최소한 앞으로 2년간은 민주당의 색채가 짙은 과감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고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거나, 민주당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지 못한다면 미국의 앞으로 대내외 정책의 불확실성은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역 업계도 이번 미국 선거를 주의 깊게 관찰하여 미국발 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에 참여할 권리인 참정권, 다시 말해 투표할 수 있는 시민권을 가졌다고 해서 한 나라의 정책 수립과 집행 과정에 직접 개입할 틈은 사실상 거의 없다. 그저 자기 생각과 대체로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고 착각한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의 공약을 보고 한 표 찍는 것으로 지금보다는 내 입맛에 가까워지기를 막연히 바랄 뿐이다. 하지만 일단 선거가 끝난 다음부터는 소득, 고용, 소비, 교육과 같은 개인과 가정에 직접 연결되는 모든 영역에서 즉시 영향이 나타난다. 싫든 좋든 그러한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다시 새롭게 그 나라의 정계 구도가 재편되기 전까지는 감내할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평생 자기가 원했던 정치인을 뽑고 예상대로 국가 정책이 집행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을 얻는 시민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자기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선거인데도, 우리는 인간이기에 매번 선거철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 사고의 영향을 받거나 분위기에 휩싸여 순간적으로 지지 대상을 바꾸는 경우도 많다. 때에 따라서는 투표를 하지 않거나, 반대로 한 번도 투표하지 않았던 사람까지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한다.
이번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그런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선거결과 미국 정계가 앞으로 어떻게 재편될 것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동안 불거진 인종차별 문제, 민주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총기 보유 규제가 강화되리라는 전망과 겹치면서 미국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심지어 아예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올해 생전 처음으로 총을 산 사람만 500만 명을 넘겼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 대선은 코로나19의 대책으로 우편투표가 많이 늘어나 평소보다 선거결과가 집계되는 시일이 늦어지기 쉬워 개표결과를 의심하는 사태까지 일어날 위험도 있어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다. 11월 3일에 이루어지는 대통령선거를 8일 앞둔 시점인 10월 26일까지 사전투표를 마친 유권자가 6천만 명을 넘겼다. 플로리다 대학에서 ‘미국 선거 프로젝트’를 주관하고 있는 마이클 맥도날드 정치학 교수는 이번 선거의 예상 투표자는 총 유권자의 65% 수준인 약 1억5천만 명에 달해 1908년 대선 이래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하였다. 당시 남부에 지지 기반을 둔 민주당 윌리엄 제닝스 브라이언 후보가 17개 주에서 승리하였으나, 공화당 윌리엄 하워드 태프트 후보가 북부를 중심으로 29개 주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제27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적이 있다. 이번 선거가 당시처럼 미국 유권자에게 높은 관심을 받으며 예측불허의 승부가 예상된다고는 하나 정치 관련 전문기관 대다수는 그때와는 달리 조 바이든 후보를 낸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선거는 마침 대통령선거에 더해 상원과 하원 선거, 일부 주지사선거까지 겹쳐 더욱 열기가 높다. 당연히 이번 선거결과는 우리나라도 정치,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지지율 분석결과를 종합해보면 일단 대통령선거에서는 조 바이든 후보가 신임 대통령으로 당선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다른 선거에서는 과연 어떠한 결과로 예측되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11월 3일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이루어지는 연방 하원과 상원의 선거결과는 내년 1월 20일 취임할 제46대 미국 대통령의 정책운영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 하원 선거는 과연 어떻게 될까. 현재 미국 하원의 전체 의석수는 435개다. 하원 의석은 각 지역 인구수에 비례 배정되는데 의석이 1개인 주는 7개 주(알래스카, 몬태나, 델라웨어, 노스다코다, 사우스 다코다, 버몬트, 와이오밍), 20개가 넘는 주는 4개 주(캘리포니아 53개, 텍사스 36개, 플로리다 27개, 뉴욕 27개)다. 하원 임기는 2년이기 때문에 모든 의석이 이번 선거에서 새로 결정된다. 선거 직전인 현재 의석 분포는 결원이 있어 민주당 232개, 공화당 197개지만 이번에도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채널 538은 민주당 239석, 공화당 196석으로 예측하였다.
만약 상원까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조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새로 출범할 민주당 정권의 주요 정책들은 아무런 걸림돌도 없이 신속하고 강력하게 추진되기 쉽다. 마치 버락 오바마 제1기 정권의 전반기(2009년부터 2010년)처럼 대담한 정책을 시도할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공화당이 지금처럼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면 바이든 정권이 탄생하더라도 의회에서 발목이 잡혀 획기적인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거나 집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렇듯 관심이 높은 미국 상원 의석수는 인구수와 상관없이 50개 주마다 상원의원 2명이 배정되기 때문에 총 의석수는 100개뿐이다. 상원 임기는 6년인데 2년마다 전체 의석의 3분의 1씩 교체하기 위한 선거를 한다. 올해 상원 의석 가운데 선거대상 주는 34개지만 조지아주에는 결원에 따른 보궐선거 1개가 있어 새로 선출되는 의석수는 35개다. 지금의 35개 의석 분포는 공화당 23개, 민주당 12개로 공화당이 민주당보다 우세하나 상황은 전혀 다르다. 현재 전체 상원 의석 분포는 공화당 53개, 민주당 45개, 무소속 2개지만 무소속 의원이 민주당과 투표 행동을 같이하고 있어 공화당 53개와 사실상의 민주당 47개로 의석 차는 6개다. 하지만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2021년 1월 3일 개회되는 상원에서 민주당이 현재 의석에서 3석만 늘리면 사실상 과반수를 차지하게 된다. 상원의장을 부대통령이 겸직하기 때문이다. 만약 공화당 정권이 이어진다면 상원에서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려면 의석을 4개 늘려야만 한다. 미묘한 상황이지만, 10월 22일 현재 주요 예측기관들의 11월 3일 선거를 하는 34개 주에 대한 분석결과는 민주당이 현직 상원의원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12개 주 가운데 재선에 불리하다고 예상되는 주는 3개 주(알라바마, 미시건, 미네소타)뿐이다. 반면, 공화당의 경우에는 현직 23명 가운데 낙선이 우려되는 주가 8개 주(아리조나, 콜로라도, 조지아(보궐선거 포함 2명), 아이오와, 메인, 몬태나,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9명에 이른다. 공화당 의원이 의석을 잃을 것이라 예상하는 의석수가 민주당보다 3배나 많다. 전문 예측기관들은 선거결과 상원 의석 예상분포를 민주당 52~53개, 공화당 47~48개로 보면서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만약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상원과 하원에서도 민주당이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면 적어도 2년 동안은 민주당 색채가 강한 대내외 정책을 비교적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상원과 하원에서 예측대로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게 되거나, 반대로 민주당이 정권을 잡더라도 상원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탈환하지 못하게 된다면 미국의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기 쉽다. 앞으로 지역 업계는 이번 미국의 선거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이상으로 세세하게 살펴 경영전략을 조정해 나가야만 미국발 정책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