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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누비는 세상

등록일 2020-11-17 19:56 게재일 2020-11-1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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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자전거에 매료된 지 십수 년이 지났다. 거의 출퇴근으로만 이용하던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그 묘미에 빠져들어 장거리 주행이나 산악라이딩 등으로 즐기니 그 맛이 쏠쏠하기만 하다. 두 바퀴가 굴러갈수록 새로운 세상이 펼쳐져 발길 닿고 눈길 가는 곳마다 감흥이 다르고 경이로움을 더해주고 있으니 어찌 즐겨 타지 않으랴?

‘은륜(銀輪)에 몸을 싣고/떠나는 국토종주//바람과 악수하며 날아갈 듯 신나게/강줄기를 누비고 산자락을 돌다 보면/초목이 손짓하고 꽃과 새들이 반겨 맞아/달릴수록 설레고 누릴수록 정겨워/보이고 들리고 느끼는 자리마다/새로움이 피어나고 넉넉함이 펼쳐져/눈과 귀가 밝아지고 가슴마저 뿌듯하니//두 바퀴 굴러가는 곳/행복으로 가는 길’ -拙시조 ‘두 바퀴로 가는 행복’ 전문

일상에서 자전거 타는 재미를 한껏 느끼다 보니 새로운 욕망과 도전이 생겨났다. 두 바퀴로 우리나라를 찬찬히 둘러보는 것이다. 이른바 국토종주 자전거길을 다니며 우리의 산하와 들, 섬을 손수 누비며 국토의 아름다움과 자전거의 위력을 맘껏 누리고, 자신의 의지를 내보이고 싶어진 것이다. 그러한 마음이 발동하여 2018년 6월말부터 떠난 국토종주 자전거길, 거기에 대학생 아들도 기꺼이 동행했으니 더욱 설레고 기대되는 여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인천~부산까지의 4박5일을 시작으로 지난 10월말, 고성 통일전망대를 끝으로 28개월 동안 12박17일 일정으로 2천㎞에 이르는 국토종주 자전거길 그램드슬램을 달성했다.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2009년 초 당시 정부의 녹색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자전거 인프라 조성, 자전거 이용문화 확산 등을 목적으로 2011년부터 현재까지 1천853㎞가 개통돼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별로 호수나 내, 지형의 특성과 역사를 살린 총 10여 개에 이르는 명품 자전거길 등을 만들어 친환경적인 자전거 이용의 편리성과 자전거 문화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이러한 자전거길은 아름다운 우리 산과 강을 가까이서 만끽할 수 있고 지역과 지역,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희망과 소통의 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길과 길로 이어지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은 체험과 시련의 현장이다. 물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새소리와 파도소리에 젖어들고, 꽃향기와 거름냄새를 맡으며 수없이 다가오는 영화 같은 풍경을 접하게 된다. 거기에 그랜드슬램을 인증한다는 것은 험난한 여정을 밟아야 하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몸의 컨디션과 날씨 변화, 자전거 상태 등이 괜찮아야 하고 간혹 비포장 자갈길과 숨이 턱까지 넘어가는 가파른 고갯길을 묵묵히 인내로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까칠한 아들과 함께 하기란 오죽할까?

사람의 공과는 누구나 있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득과 실이 분명해지고 커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구속 수감되기는 했지만,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된 자전거길만은 다행스런 치적(?)이 아닐 수 없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면면이 이어지는 자전거길. 그러한 다양한 길을 오가면서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자연과 교감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역경을 딛고 무한한 희열과 추억을 쌓아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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