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더 천천히 기다려 주자

등록일 2021-03-22 19:36 게재일 2021-03-23 18면
스크랩버튼
권윤구 <br>포항 중앙고 교사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

“안녕하세요. 어머니, 00학생 담임입니다. 학생이 1교시가 끝이 났는데 아직 학교에 오지 않았습니다.” 걱정이 되어 전화를 하면 대체로 “아침 일찍 밥 먹고 학교 갔습니다.”라고 한 학생들이 학년을 올라가면서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성장과 성숙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성장은 하나씩 채우는 것이고 성숙은 하나씩 버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식과 지혜는 어떤 차이가? 지식은 쌓이는 것이고 지혜는 지식에 머물지 않고 지식에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린 여전히 세상의 많은 것을 탐하며 쌓고 쌓아 가고 있지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것을 버리고 낮아지고 그 낮아짐은 엄청난 분량으로 채워짐에 자기 것을 하나하나 버리는 것이다. 지식을 쌓으면 쌓을수록 지혜로 인해 자신의 지식은 하나하나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 성숙한 삶이 나날이 일어나기를 희망한다.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경우가 있다. 어떤 사람이 나를 지극히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누구나 감동을 받는다. 가슴 깊이 느껴지는 사랑의 장면을 보았을 때 가슴에 찡한 감동을 받게 된다. 또한 자신이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한 경우를 볼 때 누구나 공감한다. 비록 정상은 아니더라도 장애인으로서 자신이 최선의 모습을 볼 때 감동이 된다. 심한 자폐증 환자이었던 배형진은 자신의 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마라토너로서 최선의 모습을 나타내었다. ‘말아톤’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진한 감동과 희망을 주었다. 심각한 자폐증상을 극복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어려움을 최선을 다해 극복하는 그 모습이 CF의 주인공으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성장하는 모습은 아름답고 감동을 주었다. 학생도 교사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엄청난 속도로 성장과 성숙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1학년 2학년 3학년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요즘 3학년 학생이 1, 2학년 때 공부에 관심이 없던 학생이 점심시간에 식사 후 조용히 빈 교실에서 공부를 하겠다고 찾아오는 학생이 너무 많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년 학생의 1/4 이상이 빈 회의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버리고 비우는 시간이 느리다고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 더 천천히 기다려 주자. 씨앗을 뿌리면 빨리 돋은 싹, 조금 더디게 돋은 싹이 있다.

학생을 성장하게 하고 성숙하게 하는 것은 학교 선생님의 사랑과 관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 기다리고 기다려 지켜보자.

또한 자연의 성장도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기쁨을 가져온다. 씨를 뿌리면, 싹이 나고, 자라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습은 아름다운 결실의 기쁨을 가져다준다. 학생이나 자연이나 관심과 사랑이 있으면 아름다운 결실을 맺기 마련이다.

시작은 봄이다. 학교의 시작도 봄이고 새 생명의 싹을 보게 하는 것도 봄이다. 봄은 영어로 spring이라고 한다. ‘일어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학생이 성장하고 성숙해서 일어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성장하기 위해 차곡차곡 채우고 잘못된 것을 하나씩 버리면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장하다. 천천히 일어나길 기대하다. 우리의 미래들이여!!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