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전격 총장직을 사퇴하였다. 그는 사퇴 전날 한국정치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며 법치주의 파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였다. 지난 국회 법사위 답변에서‘임기 마친 후 국민에게 봉사’하는 문제를 고려하겠다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
사퇴 직후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은 지지율 32%로 선두에 나섰다. 여당의 이재명 지사를 앞서고 이낙연 후보도 멀리 따돌렸다. 검찰개혁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그에 대한 탄압이 윤석열 대망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 원전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이 그를 정치에 입문시켰다. 윤석열은 과연 정치적 ‘별의 순간’이라는 행운을 잡았을까. 그가 내년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극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기에 그는 이제 정당 가입 등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윤석열이 선택할 첫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다. 김종인은 이미 윤석열을 야당 사람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그의 국민의힘 입당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국민의힘 내의 보수 강경세력은 그의 입당을 결코 환영치 않을 것이다. 당내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의 책임을 그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당내의 대선후보들도 그의 입당을 탐탁해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보수 1당의 입당의 전제로 당 개혁을 요구할 경우 이로 인한 당의 분열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제3지대에 머물면서 그가 새로운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이다. 그가 안철수 등 중도 보수 인사나 윤사모를 중심으로 제3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우선 제3의 텐트는 칠 수 있지만 신당 창당은 결코 쉽지 않다. 신당의 이념이나 조직에는 많은 갈등과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선에서 제3의 신당 후보가 당선된 적도 없다. 1987년 민중항쟁 이후 대선에서는 결국 제 1, 2당 후보만 당선되었다. 현재 제3당 신당 창당에 여론은 호의적이지만 정치적 성공과는 별개 문제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윤석열은 아무런 준비 없이 반정부 여론에만 의존하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분간 메시지를 통한 이미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과거의 대쪽 판사 이회창이나 안철수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열은 정당 선택에 앞서 이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이 지금껏 살아온 개혁적인 삶의 궤적이 보수 야권 대선후보에 합치하는가. 그가 당면한 장모와 가족의 재판 등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검찰 조직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공복의 민주적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윤석열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