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신어서 낡아빠진 신발 한 짝을 헌신짝이라 한다. 요즘은 재활용도 안 되는 골칫거리 쓰레기가 헌신짝이지만, 한때는 낡고 떨어져 못 신게 된 고무신도 엿을 바꾸어 먹는데 요긴하게 쓰이기도 했다. 달콤한 엿 맛의 유혹을 못 이겨 아직 덜 떨어진 신발을 일부러 돌에 문질러 못 신게 만들어서 엿을 바꾸어 먹는 덜떨어진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헌신짝 버리듯 한다’는 속담은 아마도 그런 고무신을 두고 한 말은 아닐 터이다.
고무신이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절도 있었다. 선거철마다 시골사람들에게 고무신을 한 켤레씩 나누어 주고 표를 부탁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게 고마워서 찍어주었다. 당시엔 무얼 받고도 모른 척 한다는 건 양심상 도리도 아니고 시골인심도 아니었다. 그런 인심이 요즘이라고 없어진 게 아니라는 걸 지난번 총선에서 보여 주었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란 명목으로 돈을 푼 것이 여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하는 데 톡톡히 한 몫을 했을 거라는 얘기다. 더 고약한 것은 옛날에는 후보자가 사비를 털어 고무신을 돌렸는데 요즘은 국민의 혈세를 퍼주고 저들이 생색을 낸다는 것이다. 현 정권의 임기가 끝날 때쯤에는 나라 부채가 천조를 넘을 거라고 하니 더 이상 정권을 연장하게 했다가는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단연 해외토픽 깜이다. 한 나라의 수도와 제2 도시의 시장들이 나란히 성추행 범죄를 저질러 보궐선거를 하게 된 것이 어느 나라에 또 있는 일인가. 거기다가 전 서울시장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으니 세계의 이목을 끌 쇼킹한 뉴스거리로 손색이 없을 터이다. 그들이 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당헌에 넣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였던 시절에 만든 거였다. 그 당헌에 따르면 이번 보궐선거에는 당연히 두 곳 다 후보를 낼 수가 없었다. 두 시장이 모두 자기네 당 소속인데다 수백억 원의 국고까지 축내게 됐으니 백배 사죄를 하고 후보를 내지 말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당헌 따위 헌신짝을 팽개치듯 바꿔버리고 뻔뻔스럽게 후보를 내었으니 누구더러 표를 달라는 것인가. 정당의 당헌이란 국민을 향한 약속이기도 하다. 그런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것은 국민을 헌신짝 취급한다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그럼에도 또 그 당 후보에게 표를 주겠다는 사람들은 자청해서 헌신짝이 되겠다는 것이니 누가 말리겠는가.
대통령을 향해 신발 한 짝을 던진 국민은 감옥살이를 시키면서, 이 정권과 여당은 수도 없이 헌신짝을 국민들 앞에 던지고 있다. 선거공약과 대통령 취임사로 거듭 다짐한 모든 약속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 하겠다는 대국민 약속들을 헌신짝처럼 던져버리는 짓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행해온 정권이다. 여태껏 정권과 여당이 국민을 헌신짝 취급했으니, 이번 선거에는 국민이 그들을 헌신짝 취급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