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의 고향 청하읍성’ 박창원·이재원·김상백 공저 도서출판 나루 펴냄 지역학·2만2천원
조선 세종때 축조된 청하읍성은 잔존율 못지않게 1733년부터 2년 간 청하현감으로 재임했던 겸재 정선(1676~1759년)이 그린 청하성읍도(淸河城邑圖)로 인해 유명하다.
청하성읍도는 겸재 자신이 근무하던 읍성의 모습을 조감도처럼 세밀하게 그려 남긴 작품이다. 여기에는 읍성의 형태와 건물의 배치, 향교를 비롯한 읍성 주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지역 학계에서는 겸재의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청하읍성은 복원돼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포항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연구하는 모임인 포항지역학연구회(회장 이재원)가 발간하는 포항지역한연구총서 시리즈 가운데 그 일곱 번째인 이 책은 겸재 정선이 청하현감으로 있으면서 그린 청하 그림의 배경을 비롯해 청하읍성 소개·주변 자연경관·인문 자원 등에 관한 이야기를 엮었다.
책은 지금은 터만 남은 청하읍성이 600년 전의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기를 바라는 세 명의 저자 박창원 수필가, 이재원 포항지역학연구회장, 김상백 경북생명의숲 상임대표가 옛 문헌들을 뒤져 퍼즐조각 맞추듯 청하읍성의 옛 자태를 재현해내고 있다.
겸재 정선의 그림 속에서 그리고 당대의 시인묵객들의 시구에서 당시의 청하읍성과 그 마을 주민, 그리고 주위를 둘러싼 주변경관에 대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발굴, 채록해 실었다.
먼 옛날 영남의 한 작은 고을이었던 청하는 “이 고을 현감으로 내정되면 위로를 받고 축하하는 것이 없다”할 만큼 하찮은 변방에 지나지 않는 고을이지만 주변 경관만큼은 어디에 견줘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났음을 이 책 구석구석을 통해 알게 된다.
겸재 정선이 자신의 진경산수화풍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림 ‘내연삼용추도’, ‘금강전도’ 등을 나이 58세 때 청하현감으로 약 2년 남짓 재임하는 동안 그렸다는 사실은 현재 이곳에서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줄 만하다.
또한 책에 실린 당대의 시인묵객들의 시구를 통해 자연경관과 더불어 그 지역에서 살았던 선조들의 삶의 흔적들도 엿볼 수 있게 한 것은 이 책이 하나의 역사자료 연구 결과물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박창원 수필가는 프롤로그에서 “겸재 정선과 포항시 청하면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2021년, 포항지역 사회에 던지는 ‘청하읍성 복원’이라는 화두이다”라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