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자식의 부끄러운 사랑

등록일 2021-05-24 20:06 게재일 2021-05-25 18면
스크랩버튼
권윤구 <br>포항 중앙고 교사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랴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 정철 ‘훈민가’중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 날’에 이어 ‘어버이 날’이다. 3·4대가 한 집에 모여 살던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핵가족에 모자가정, 나 홀로 가정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모두 자신의 일상을 살아내기도 힘든 상황에서 효행이 쉽지 않다.

큰아들은 포항에, 작은아들은 서울에, 큰딸은 부산에, 작은딸은 대전에, 전국에 흩어져 살고 있다. 부모님 살아 계실 때 효도를 해야 한다. 부모님께 한 번 더 찾아뵙고 한 번 더 전화를 해야 한다. 자식들은 알아야 한다. 좋은 옷 사드리고, 용돈 많이 드리고,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하면 ‘효도를 잘 한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것이다. 이것은 효도를 돈으로 사는 것이다.

물론 많은 용돈, 맛있는 음식도 좋지만, 부모님은 자식들의 행복과 편안함 그리고 안위를 더 궁금해 하신다. 지금 이 글을 읽고 바로 전화 한 통을 하자. 퇴근해서 한다고 미루지 말고 바로 전화를 하자.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 오늘도 늙어 가신다.

코로나19가 2년째 계속되면서 마스크 시대, 줌의 인터넷 비대면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5인 이상 모임 금지라는 희귀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어렵고 힘겨운 전쟁 상황 속에서 가족이 같은 지역, 같은 나라 안에서 살고 있다면, 수시로 만날 수 있다는 평범한 일상이 최고의 행복이다. 비정상이 정상처럼 정상이 비정상으로 느끼는 요즘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낀다. 또한 이 세상을 떠날 때는 종이 한 장도 가져갈 수 없는 삶의 이치 앞에서 그 무엇보다도 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와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 최고의 일이다.

그러니 이번 가정의 달 5월에는 특별히 부모님께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랴’ 글처럼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섬길 일 하는 효도하고 부모님 가신 후에 눈물을 흘리는 회한의 아픔은 가지지 않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이 10년 만에 배 이상 늘어 점차 줄어드는 세계 추세와는 반대인 실정이다.

부모님께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해야 한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 제사상에 과일에, 고기에 평소 즐겨 드시던 것을 차려 놓고 효도라고 생각하면 아주 잘못된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살아계신 부모님께 자식의 도리를 똑바로 해서 후회하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부모님께 효보다 크고 값진 것이 없을 것이다. 부모님과 대화가 필요하고 자식과 손자의 얼굴이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부모님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은 가장 큰 불효에 해당된다. 부모님께 설과 추석, 생신만 챙기는 현실이 부끄럽다.

5월 가정의 달이 다 가기 전에 지금 바로 전화해서 ‘사랑합니다’라는 말 한마디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것이 바로 부끄러운 자식의 도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아침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