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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등록일 2021-05-27 18:38 게재일 2021-05-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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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우 식

울어도

제 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어두운 몸을 본다

 


나는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햇빛 받으며 피어나는 나팔꽃


햇빛 가득한 그 꽃잎


한 조각이 되어서라도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바람 속의 별빛


혹은 달빛이 되어서라도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아니, 그도 저도 안 되면


햇빛 벌레가 되어서라도

 


그의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울어도


제 눈물을 보지 못하는


사람의 어두운 몸에

 


환하게 불을 켜고 싶다


내 몸을 구부려 따뜻하게 감싸면서


천년을 더 그렇게


어쩌면 우리는 시인의 말처럼 울어도 제 눈물을 보지 못하는 존재인지 모른다. 우는 나를 볼 수 있는 것은 타인이다. 시인은 타인을 위해, 타인의 삶에 환하게 불을 켜주고 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남을 위해 끝없이 베풀며 살겠다는 인생관이 묻어난다. 시인의 이타적 생을 살아가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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