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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이 따뜻하려면 저희도 행복해야 합니다”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05-30 20:07 게재일 2021-05-3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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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포항 함께하는 재가복지센터 센터장   이진영<br/>  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선정된 노인들 대상 <br/>  방문 요양·방문 목욕 등 돌봄 서비스 제공<br/>“요양보호사·어르신 함께 존중받는 세상 되길”
이진영 포항 함께하는 재가복지센터 센터장
이진영 포항 함께하는 재가복지센터 센터장

“사회복지사들은 지역의 소외계층을 섬기는 사람들이죠. 섬김이 더 따뜻해지려면 저희들 스스로도 행복해야 합니다.”

이진영 포항 함께하는 재가복지센터 센터장은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실력을 키워온 사회복지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최근 고령화 현상으로 인해 노인복지시설과 장기요양기관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 센터장은 노인장기요양 복지 업무에 탁월한 식견을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29일 이 센터장을 만나 노인장기요양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복지 분야는 점차 전문화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에 대해 소개해 달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은 65세 이상 또는 65세 미만의 파킨슨·치매·뇌혈관 질환 등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 중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분들을 대상으로 신체활동 또는 가사 활동 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 및 생활 안정을 도모하고 해당 가족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국민 삶의 질을 향상하도록 함을 목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사회보험제도이다. 국민건강보험 공단 전국지사에 신청하여 대상자로 선정될 경우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요양보호사는 어떤 일을 하는가.

△노인성 질환으로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장기요양 서비스 대상이 되는 분들에게 불편한 일상생활이 조금은 편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가사 지원, 일상생활 지원, 병원 진료 및 외출의 동행 등과 같이 어르신이 겪는 불편함을 최대한 덜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일을 하고 있다. 시·도지사로부터 지정받은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여 자격증을 소지한 분들이 요양원 및 재가 시설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사회복지사의 노동강도, 처우 등이 매우 심각하고 열약하다고 알려져 있다.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은 영역별로 다양하기 때문에 각 영역에서의 고충은 다소 차이점이 있다. 모든 사회복지사는 그 영역에서 저마다 대상자분들을 위해 많은 희생을 감당하고 있다. 그 희생의 가치를 돈으로 비교할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저임금 구조와 잦은 시간외 근무, 휴일에 대상자분들이 도움을 요청할 경우 무조건 움직여야 하는 상황 속에서 개인의 시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다. 저는 노인 복지영역에서 근무하면서 특히 가족이 없으신 독거노인 분들에게는 주 보호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필요한 분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어 주고 나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 감사하다는 보호자의 편지 한 통이라도 받을 때면 고되고 힘든 일들이 또 아무렇지 않게 지나간다. 작은 도움으로도 한 분 한 분의 삶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업무의 특성상 감정노동이나 스트레스로 인한 소진이 많을 텐데 어떻게 관리하는지 알고 싶다.

△보호자 분들이나 대상자분들의 기대에 미치치 못할 때, 특히 대상자분들의 신변상에 문제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면 정말 이 일을 계속해야 할지를 고민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사회복지사협회에서 지원해주는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심리상담 서비스도 받으면서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독서나 여행 등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 요양보호사들의 스트레스 관리란 어려운 부분이다. 예전에는 단체 여행이나 체육대회, 단합대회 같은 것들로 조금은 스트레스를 풀어드리곤 했는데, 지금은 코로나19로 그럴 수도 없어서 고민스럽다. 요양보호사분들과 단체로 함께 할 수 없어도, 최근에는 삼행시 경연대회나 어르신들에게 편지쓰기처럼 조용하게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서 스트레스 관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함께하는 재가복지센터에 대해 소개해 달라.

△사회적협동조합 경북포항지역자활센터 법인의 산하기관으로서 노인복지시설 중 장기요양기관으로 지정받아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서비스 기관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 대상자로 선정되신 노인분들에게 방문 요양, 방문 목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노인 돌봄, 그중에서도 공적 영역에서의 돌봄 책임이 부각되고 있다.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는 무엇이 있나.

△독거노인은 ‘65세 이상 1인가구’를 뜻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812만5천432명으로 인구의 15.7%에 달한다. 이 중 19.6%인 158만9천371명이 독거노인이다. 아직 한국에선 ‘돌봄’을 국가가 아닌 가족이 도맡는 분위기가 우세한 만큼, 전체 인구의 3% 정도 되는 이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계기로 공적 영역에서의 노인 돌봄 책임이 부각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의 ‘뉴 노멀’(새로운 기준)이 되면서 가족이나 기업 등이 수행하던 사적 돌봄이 멈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는 공적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들이 전부 계류 중이다. 초고령 사회를 맞아 전체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점차 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노인의 ‘건전하고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고민이 시급해 보인다.

 

-앞으로의 바람은.

△우리나라에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올해로 13년이 되고 있지만 이 제도를 알지 못하여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다. 요양보호사를 어르신들의 개인 가사도우미로 인식을 하는 분들도 여전히 많다는 것도 문제다. 요즘 인권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도 소중하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도 한 명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는 그런 세상이 되길 바란다. 앞으로도 어르신들이 행복하고 보호자들은 안심하며 요양보호사들은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재가센터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고 만들어 가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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