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의 과학’<br/><br/>리디아 덴워스 지음·흐름출판 펴냄<br/>과학·2만원
과학 저술가 리디아 덴워스의 ‘우정의 과학’(흐름출판)은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오랫동안 학문의 대상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던 우정에 주목하고 이와 관련된 학문적 결실을 집대성한 책이다.
저자는 뒤르켐의 사회학 연구, 볼비의 애착이론과 로렌츠의 각인 실험, 다윈의 진화론과 윌슨의 사회생물학으로 거슬러 올라가 우정의 과학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보고, 20세기 중후반부터 현재까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영장류학, 면역학, 보건학, 유전학,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무엇보다도 최첨단 신경과학의 성과를 결합해 우정의 기원과 진화, 인간과 사회에 갖는 의미를 총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정은 삶의 단계, 생애 주기에 따라 변화하지만, 늘 인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취학 전후 아이들에게는 친구를 잘 사귀는지 여부가 성공적인 사회화의 기초가 되고, 사춘기가 되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또래 친구들의 영향력이 부모를 능가하게 된다. 결혼하고 자녀를 낳는 시기에는 친구에게 소홀해지기 쉽지만 중년을 지나면서 다시 친구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60세 이전에는 배우자 유무가 건강에 중요하지만, 이후에는 친구나 친척과의 친밀한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직업과 가족에 대한 의무가 줄어들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그 일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쓸 시간이 늘어난다. 80세의 건강을 예측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는 50세 때 자신의 인간관계에 얼마나 만족하는가였다. 결국 친구는 우리가 선택한 가족이다. 이 책은 긍정적인 유대관계를 우리 삶의 중심에 놓는 일에 개인과 사회가 바로 지금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친구를 사귀고 유지하려면 그 일을 우선순위에 놓고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관계를 잘 쌓고 유지하도록 사회와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