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학장 손진은<br/>시·소설·수필반 매년 100명 이상 수강<br/>심도있는 합평·첨삭·토론과정 거치며<br/>신춘문예 등 올해 25명 등단 성과 이뤄<br/>
경주에서 지난 2016년부터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학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손진은 성결대 교수의 말이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기도 한 손 씨는 시 강의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명 강사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시와 소설, 수필을 좋아하는 이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사랑방’ 같은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의 여러 사업을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그를 만나 그의 시 인생과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운영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신춘문예와 문예지 및 전국규모의 공모에서 동리목뭘문예창작대학 수강생들이 25명이 등단하는 등 신춘문예 등단의 산실이 되고 있다.
△우리는 해마다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각각 시와 소설, 수필반에서 창작론을 배울 뿐만 아니라 그들의 작품을 합평하고 첨삭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들의 실력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있다. 학생들 간에도 선의의 경쟁이 치열하다. 교수들은 기본적인 창작이론뿐만 아니라 최근 가장 트랜디한 경향까지를 가르치고 심도 있는 토론을 병행하므로 내실 있는 성과가 나온 것으로 짐작한다.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장으로 활동하게 된 계기 및 운영 방식을 소개해 달라.
△2005년에 창작대학이 개설될 때 이미 경주대학교 사회교육원 시창작 과정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다. 2016년에 기념사업회장과 학장이 분리되면서 학장 일을 보고 있다. 우리는 시, 소설, 수필 분야에서 매주 토요일 2시에 입문반, 5시에 연구반 강의를 각각 2시간씩 진행하고 있다. 1년에 27주의 정규과정을 개설하고 6차례의 외부인사 특강, 문학기행, 문학포럼 등을 병행하여 시야를 넓히고 있다. 현재 교수진은 시 3명(전동균, 손진은, 유종인), 소설 2명(이채형, 김이정), 수필 2명(박양근, 한상렬) 등 전국적인 지명도를 가진 분들이 참여한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교수,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장 중 어떤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나.
△시인이다. 그동안 시인으로서 등단을 하고 자신이 가진 창작의 노하우를 함께 나누는 과정에서 다른 직함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았는가 생각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의 창작 능력을 꾸준히 심화시켜 나가는 일이다.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학장으로서 강의하고 외부 강사를 섭외할 때도 자신의 수준이 받혀주지 않으면 양질의 강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학장으로 활동하면서도 거의 매주 강의 준비를 위해 젊은 시인들의 시까지 섭렵하고 있고, 수강생들이 메일로 보내온 시들을 그들의 스타일에 맞게 고치는 일에도 진력하고 있다. 앞으로도 전국 최고라는 명성을 잃지 않도록 하겠다.
-동리목월 문학은 우리나라 문학에서 어떤 위치에 있나.
△두 분은 3년의 나이 차를 갖고 있지만 절친 사이로 문학의 출발을 함께 했다. 동리는 세계인 특히 서구인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 민족 문화의 구경적(究境的) 뿌리를 궁구하려 했고 그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경우다. ‘무녀도’와 개작으로 노벨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을화’에서 드러나는 샤머니즘, ‘화개장터’에서 보이는 운명론적 세계관 같은 것들이 단적인 예다. 동리의 그런 세계관은 그의 형 ‘범부(凡夫) 선생’에게 받은 영향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 목월의 출발은 동요와 동시였다. 전국민적 사랑을 받는 ‘얼룩 송아지’와 ‘산새알 물새알’을 보라. 그러나 목월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가혹한 식민지 시기에도 그는 ‘마음의 지도’를 품었다. 그래서 ‘나그네’와 ‘청노루’같은 시가 나왔다. 그는 끊임없이 자기 세계를 갱신하여 여러 봉우리를 만들어냈다. 경상도인의 투박한 품성이 드러난 ‘만술아비의 축문’ 같은 시는 그런 변화의 단적인 예다. 두 분 다 대학에서 엄청나게 많은 제자를 길러내셨다. 그들이 두 분의 문학을 잇고 한국문단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일 네 번째 시집을 펴낸다고 들었다. 이번 시집에는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그리고 대표작을 말해 달라.
△7월 5일에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걷는 사람)는 시집이 나온다. 부족하지만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우수콘텐츠로 선정된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서 먼저 가장 많이 신경을 썼던 것은 코로나와 실직으로 인해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에 대한 아픔과 회오를 담은 시편들이다. 또 도로에서 치이는 노루와 산사태 등을 통한 생태재앙들에 대해 노래했다. 다음으로 시 쓰기의 힘이며 아름다움에 대한 노래다. 그것을 “가파른 거죽을 갈아엎으면서도 푸른 힘줄의 울음을 우는” 만년필로 표현했다. ‘개의 표정’, ‘추석날 아침’, ‘점박이꽃’을 읽어보길 권한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우선 시창작에서는 읽을수록 그 함의가 새롭고 그 감동의 폭과 깊이가 커지는 작품을 한 편의 그림을 보듯 잘 짜인 짤막한 이야기를 듣는 듯 자연스럽게 읽히는, 흔들리는 이웃들의 삶에 밀착하여 복잡하거나 어렵지 않은 진술에 담길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 또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 운영도 수강생들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모하는 모습을 문단과 지역 주민들에게 보이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