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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장면 속에 숨겨진 삶의 아름다움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08-12 19:59 게재일 2021-08-13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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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br/><br/>손진은 지음·걷는사람 펴냄<br/>시집·1만원
“초여름 하오 산책길/ 오늘 내게 놀라운 사태事態는/ 연 이파리 위/ 소리 물고 파닥이는 물방울을 보는 일// 제 몸에 똬릴 트는/ 하늘도 해도 털어 내며/ 굴러 내리는 맨얼굴의 말 알아듣는 일(….)// 머물던 세상, 손 탈탈 털고/ 한 방울 바다의/ 중심으로 뛰어드는 일// 밀어라 밀어라 바람아/ 전율하는 이 가슴을/ 수평선을 기울였다 펴는/ 세상 가장 아찔한 상쾌 속으로!”

- 손진은 시 ‘물방울 속으로’ 부분

 

경주 출신의 중진 시인 손진은의 네 번째 시집 ‘그 눈들을 밤의 창이라 부른다’가 걷는사람 시인선의 44번째 시집으로 출간됐다. ‘걷는사람 시인선’은 시류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견고히 해가는 좋은 시인들과 시를 발굴하고 그로써 오늘날 우리 문학장이 간과하고 있는 가치를 일깨운다.

198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손진은 시인의 이번 새 시집은 10년 만의 출판이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과묵했던 문학 소년을 길러낸 고향의 정경과 일상의 자잘한 사건들을 내 ‘몫’의 말들로 풀어낸 시편들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말한다.

10년 만에 펴낸 시집인 만큼 시적 사유의 힘이 탁월한 시편들이 시집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시집에 담긴 51편의 작품 속에서 시인이 그려낸 인간 삶의 비극적인 단면, 자연의 이치와 아름다움, 사물의 본질 등은 결국 하나의 메시지로 귀결된다. 무참한 현실 세계 속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구원하는 것은 과학적 세계관이나 거대 담론이 아니라 세상에 대한 경외(敬畏)와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근신(謹愼)의 마음이라는 것. 시집을 펼친 독자들은 시인이 직조해 낸 다채로운 신화적 세계를 체험함으로써 진정한 삶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기택 시인은 손 시인의 이번 시집에 대해 “그의 시선이 닿으면 보잘것없는 것들은 극적인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긴장감으로 무장한다. 그의 상상력은 별 볼 일 없는 사물이나 흔해 빠진 장면을 마법적으로 변화시키면서 놀라운 광경을 우리 앞에 펼쳐 놓는다”고 평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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