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패배자들’<br/><br/>유필화 지음·흐름출판 펴냄<br/>인문·1만8천원<br/>
‘위대한 패배자들’(흐름출판)은 인생의 성패를 떠나 오롯이 자신의 길을 걸었던 위대한 패배자 8인의 철학, 전략 그리고 그들의 삶을 동서양의 고전과 역사적 사건 등을 통해 재해석한다.
경영학자인 저자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은 무기 없이 싸우는 전쟁터로 불리는 현대의 기업 경영에서 30년간 때론 이론가로, 때론 조언자나 참여자로 활동하면서 “왜 누군가는 승자가 되고, 누군가는 사라지는가?”란 의문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역사적 인물과 동서양의 고전을 연구하고 통섭하는 작업을 해왔다.
지금까지 리더에 관련된 책들이 승자의 전략과 그들의 삶을 다뤘다면 이번 책은 조금 다르다. 저자는 이번 책에서 아테네의 파괴적 혁신가 테미스토클레스, 송의 마지막 방패 악비, 소련 혁명의 수호자 트로츠키, 사막의 여우 롬멜, 세기의 혁명가 고르바초프, 한국전쟁의 진정한 영웅 리지웨이, 명나라를 세운 떠돌이 승려 주원장, 지금의 중국을 만든 한 무제 등 격변의 시기에 등장해 시대를 바꿔내는 리더십을 발휘했으나 결국 패배자, 잊힌 승자로 기억된 역사적 인물 8인을 통해 리더가 갖춰야 할 강인함, 통찰력, 책임감과 신뢰, 가치를 탐구한다.
그러나 ‘위대한 패배자들’은 위대한 패배자 8명을 덮어놓고 롤모델로 치켜세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을 신돈, 카이사르, 비스마르크, 이순신, 이병철, 이나모리 가즈오 등 동서양, 근현대의 리더들과 비교 분석해 각각의 리더십 유형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송나라의 마지막 방패로 불리며 조국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해냈지만 결국 황제에게 배신당한 악비를 특유의 정치력으로 황제를 움직여 독일 통일을 이뤄낸 비스마르크와 비교하며 나아감과 물러남에 대해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페르시아라는 강대한 적의 침입과 귀족 중심의 기득권 세력의 반대 속에서 아테네의 근본을 해양 국가로 탈바꿈시킨 테미스토클레스. 그는 옳다고 생각된다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뤄냈다. 비록 말년에 자신이 쓴 방법으로 조국에서 밀려났지만, 전쟁터에서 정치에서 그리고 국가경영에서 뜻한 바를 이뤄내고 만 그의 치밀한 전략 전술은 ‘손자병법’의 현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아프리카 전선에서 처칠에게 처절한 패배감에 안겨주며 현대 전쟁사의 한 획을 그은 ‘사막의 여우’ 롬멜. 그는 적들마저 존경심을 가질 만큼 과감하고 창의적인 전술을 현실에 성공시킨 리더다. 그러나 히틀러의 암살에 소극적인 가담을 하며 전략적 차원에서 우유부단한 결정을 내렸고 결국 나치에 의해 자살 당하고 만다. 전술에서 이기고도 전략에 지고만 전쟁 영웅을 통해 리더의 안목에 대해 분석한다.
‘운칠기삼’. 성공은 운이 칠, 노력이 삼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성공과 실패는 인간의 노력과 재능을 벗어난 영역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지금도 승자의 이야기와 그들의 방법론만을 배우려고 한다. 그러나 ‘위대한 패배자들’은 조금 다르게 볼 것을 제안한다. 이 책의 많은 부분은 기회를 봤고 그것을 잡으려고 했던 지도자들, 이기려고 했고 운이 따랐으면 승리할 수 있었던 장군들, 삶의 여정에서 한때 승자로 불렸으나 종국에는 패자가 되고만 잊힌 승자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마디로 말해 그들은 비극적으로, 특히 극적으로 패배한 지도자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전략과 리더십, 그리고 실패의 경험은 승자들은 결코 줄 수 없는 귀중한 시사점을 준다. /윤희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