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해부터 ‘조국수호’란 말이 세간의 논란거리가 됐다. 나라가 침략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갑자기 그런 말이 나도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겠지만, 여기서 말하는 ‘조국’은 조국(祖國)이 아니다. 서울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거쳐 법무부장관이 된 지 36일 만에 물러난 조국(曺國)이란 사람을 수호(?)하자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이 도대체 무슨 대단한 일을 했기에 검찰청 앞에 수만 인파가 모여서 목이 터지게 ‘조국수호’를 외쳐댔는가, 하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범법자로 몰린 조국이란 사람을 결사적으로 수호해야 할 이유는 바로 ‘검찰개혁’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검찰개혁이 그토록 절체절명의 사안이라면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우선으로 착수할 일이지, 검찰이 지난 정권을 적폐로 몰아 수백 명을 단죄할 때는 박수를 치다가 그 칼끝이 현 정권 실세들을 향하자 화들짝 놀라 검찰개혁을 들고 나오는 건 너무나 속 보이는 짓이었다. 게다가 최고 학벌에다 최상위 지도층에 오른 부모가 자식들 출세를 위해서 스무 가지가 넘는 위법과 편법을 저질렀음에도 그렇게 목숨 걸고 수호해야 할 명분이 되는가? 조금이라도 상식적인 사고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해괴한 현상에 어찌 아연하지 않겠는가.
그들의 죄과는 비단 법적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앞으로 나라를 끌어갈 동량들을 길러내는 대학의 교수라는 것과 사회정의를 구현해야 할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 때문에 국가와 국민에 미치는 파장이 결코 적을 수가 없는 것이다. 명백한 죄과가 드러나 법원의 유죄판결이 났음에도 잘못을 시인하거나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없는 데다 그에 동조하는 무리들마저 일말의 회의도 없이 오로지 조국수호를 외친다는 것은 상당수 민심들까지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보여준다. 단순히 입시부정의 비리를 넘어 민심을 분열하고 어지럽히는 해악을 끼쳤다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조국수홍’이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얼마 전 제일야당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의 검찰총장시절 조국 일가의 수사가 지나쳤다고 몰아세운 데서 비롯된 말이다. 그는 ‘일가족 살육’이란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조국 일가의 비리를 수사하면서 정권의 온갖 핍박과 좌파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굴하지 않고 검사의 길을 가고 있다”며 “그대는 진정 대한민국의 검사”라고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나는 해방 이후 이런 검사를 본 일이 없다”거나 “훗날 검사들의 표상이 되고 귀감이 될 것”이라고까지 했던 그가 태도를 돌변한 것이다. 조국수호 좌파들의 환심을 사서 역선택 지지로 대권후보경쟁에서 윤석열을 이겨보겠다는 속셈인 것을 비꼬는 말이 조국수홍이다. 정치판에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들의 됨됨이가 드러나게 마련이다.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게 예사다. 삿된 편견을 버리면 그들이 하려는 것이 과연 나라와 국민을 위한 봉사인지 자신의 야욕을 위한 것인지 알 수 있을 터인데, 그걸 모르는 국민들이 많을수록 나라는 위태로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