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내달 30일까지 갤러리 신라 대구서… 대형 설치작품 2개 국내 첫 소개<br/>日 현대미술 주역, 화업 53주년 대규모 회고전 앞서 열리는 전시 의미 남달라
전후 일본 현대미술의 주역이자 세계 현대미술계의 주요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 키시오 스가(78)의 개인전이 갤러리 신라 대구에서 22일부터 11월 30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키시오 스가 작가의 화업 53주년을 기념하는 일본에서의 대규모 회고전에 앞서 개최되는 전시여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키시오 스가 작가는 사물을 일정한 상태에 머물지 않고, 시간의 궤적에 따라 움직이고 변화하는 일시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그러한 ‘사물’이 경험하는 과정의 정점이 되는 ‘작품구성 방식’에 주목하게 한다.
대형 설치작품인 ‘Release of Surrounded Space’와 ‘Law of Scenic State’는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다. ‘Release of Surrounded Space’는 일련의 작은 돌들과 시멘트 블록들에 의해 사각 틀을 형성하도록 설치돼 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사물과 장소 사이의 상호관계와 그들의 의식에로의 개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지각의 주관적 체계를 없애고, 원래의 존재 상태로 되돌리려는 것이다. 또 다른 작업 ‘Law of Scenic State’는 콘크리트 블록과 나무 판재 그리고 로프 등 매우 단순한 사물들로 이뤄져 있다. 작업의 지속적인 지각갱신은 콘크리트 블록의 상태와 일반 물체와 그리고 특정 물체 사이에서 일어나는 지각의 모호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의 구성방식은 서로 묶여있는 돌과 밧줄 그리고 나무 판재 사이에서의 긴장을 인지할 때 더욱더 강조된다.
스가는 한 인터뷰에서 “창작한다는 것은 ‘의미의 힘’으로 일상적인 것을 해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예술은 결국 과정이에요, 아무리 완벽해도 그것은 과정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인간은 결국 죽고, 나무 등은 시들거나 타서 흙으로 변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동일한 과정, 즉, 존재에서 무(無)로 이동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 과정 속에서 사물은 존재하며 변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無)를 향한 변화를 의미합니다”라고 하기도 했다.
미술평론가 마츠이 미도리는 스가의 작업에 대해 “키시오 스가 작업에서의 경험은 정교한 지식 아카이브에서 벗어나 지각의 모호함을 깨달을 때 종국에는 끊임없는 자유의 느낌을 인지하게 된다”고 평한다.
갤러리 신라 대구 관계자는 “인공물과 자연물을 조합하여 쌍방을 두드러지게 하여 관람자에게 어떤 장소 전체를 의식시키는 스가의 작업은 대개 눈치채지 못하는 공간에 잠재된 풍요로운 표정과 의미를 자유자재로 보여주며, 더구나 사물의 설치 방식은 완만하여 애매한 ‘경계’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이와테현 모리오카에서 태어난 키시오 스가는 타마예술대학 회화대학원을 졸업하고 1967년 학생일 당시 일본신인화가의 등용문이었던 11회 세루미술상을 수상했다. 1973년 제8회 파리비엔날레와 1978년 38회 베니스 비엔날레를 비롯해 L.A., 베이징, 도쿄, 브뤼셀, 상파울로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의 성공적인 전시와 유수의 미술관 및 개인 그룹 전시를 통해서 키시오 스가만의 작품성을 꾸준히 인정받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