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속담에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 넓은 대륙에서 빨리 가는 게 뭐 그리 중요하겠나. 멀리 가려면 함께 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 말일게다.
요즘 국민의힘 윤석열 전 총장과 홍준표 의원 간 벌어지는 대선 경선판 선두다툼은 ‘함께 가자’는 윤석열 전 총장과 ‘혼자라도 빨리’ 가려는 홍준표 후보의 싸움으로 읽힌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는 전·현직 의원과 당협위원장 영입에 힘쓰면서 당심에서 우위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에 맞선 홍준표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발언 파문 등 연이은 실수에 반사이익을 얻으면서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또 윤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한 물간 정치인” “구태 정치인”, 심지어 “파리떼”라는 표현까지 들며 맹비난하고 있다. 당심에서 크게 열세인 홍 의원 입장에서는 전·현직 의원들의 윤 캠프행을 폄하하고 싶은 모양이다. 하지만 그가 당심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데는 홍 의원 자신의 ‘정치적 부덕’이 바탕에 깔려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홍 의원에 대해 “다른 사람을 배려하거나 남의 말을 경청하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평가한다. 그렇다해도 홍 의원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하는 의원들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사실 ‘내부총질’이요, 해당행위에 가깝다. 정당정치란 게 뜻이 같고 목표가 같은 사람들끼리 정당을 만들고,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정권을 쟁취하고, 그 뜻을 펼치는 것 아닌가. 만약 홍 의원이 경선에서 승리한다면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파리떼’의원들을 모두 내치고, 자신과 함께 한 정치인들과만 대선캠프를 꾸릴 것인가. 그래서야 여야가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대선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미우나고우나 모두가 원팀으로 캠프를 꾸려 정권교체에 나서야 할 사람들이다. 마치 다시 안보겠다는 듯 막말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정치란 게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이라도 서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생각이 달라도 나와 그가 생각이 다를 뿐이지 누가 맞고 누가 틀린 것은 아니다. 따라서 그들이 윤 전 총장을 지지한다고 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현재 윤 전 총장 캠프에는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현역의원 30여명이 합류했으나, 홍 의원 캠프에는 조경태, 하영제 의원 둘 뿐이다. TV토론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7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후보 합동 TV 토론회에서 “홍 후보는 두 번의 당대표, 두 번의 지사, 5선 의원 등 눈부신 경력에도 불구하고 홍 후보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를 한다. 저는 정치 초심자인데 많은 분들이 (제 캠프에) 온다. 왜 홍 후보 캠프에는 동료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적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홍 의원은 “나는 26년 동안 단 한번도 계파의 졸개가 돼 본적이 없다”며 자신의 주위에 사람이 없는 것은 계파정치를 배격했기 때문이라고 비껴갔다. 누구든 함께 가야 멀리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