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 수필가 김희숙<br/> 박물관에 있음직한 조새는 갯가 사람들 노동 숭고함 생각케<br/>‘좋은 산문’에 대해 감히 말한다면 진솔함이 생명이라 믿어
“오늘날 우리는 네모 세상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컴퓨터 노트북과 핸드폰과 텔레비전을 통해 각자의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정신도 사방으로 흩어져 개별적 사유를 합니다. 실제로는 관계의 연결고리는 엄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대를 이어 사용되는 조새를 통해 세대를 아우르는 정신의 연결고리를 찾고자 했습니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제5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김희숙(53·부산시) 수필가는 1일 가진 인터뷰에서 수상작 ‘조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조새’는 굴까는 일을 하는 외할머니와 어머니, 성씨 다른 이모들의 삶을 보며 여인들의 노동을 되돌아보게 된 김 수필가의 인생 이야기이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조새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향 바닷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굴을 까는 할머니를 만났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곁에 다가가 말을 건넸고 이웃마을에 사시던 외할머니와 이모들을 아시는 분이었다. 한동안 곁에 앉아 지켜보다가 조새의 날개짓을 보고 글을 시작했다. 박물관에 있음직한 조새(굴을 따거나 까는데 쓰는 기구)의 이름을 되살려 갯가 사람들의 노동의 숭고함을 나타내고 싶었다.
-‘조새’를 쓰는 과정은 어땠는가.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데 조새를 찾아서 서해안 바닷가를 여러번 방문했다. 그곳에서 굴을 채취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관찰할 수 있었다. 대장간을 찾아가서 조새 만드는 과정도 직접 체험했다. 그리고 조새를 사서 사무실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날마다 바라보았다.‘조새’작품은 앉아서 머리로만 생각한 것이 아니라 발로 뛴 글이다.
-좋은 산문은 무엇일까.
△글쓰기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출내기라 감히 좋은 산문에 대한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다만 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여긴다. 소재를 찾고 주제를 연결시키기 위해 주변을 자세히 바라보고 좀 더 공부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좋은 산문의 생명은 진솔함이라 믿는다.
-전염병 창궐 등 요즘은 살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오늘날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코로나19가 발병한 후 주위 분들과 ‘페스트’를 읽고 토론했다. 소설이지만 그때의 상황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위로를 받았고 위기 상황을 대처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서 조금은 지혜도 얻었다. 바로 문학이 주는 위로와 지혜가 아니었나 싶다. 어딘가에 힘들다고 하소연조차 할 수 없이 너나없이 겪는 일이지만 공감하고 위로를 주는 글 한 줄이 있다면 견디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저의 본업은 명리학을 통한 사주상담이다. 미신이라 치부하는 운명학을 문학적으로 풀어보고 싶다. 명리학도 사람의 삶을 해석하는 학문이다. 음지이지만 오랫동안 사람들 가까이에 존재해왔던 명리학을 통해 생을 위로해 줄 수 있는 사주수필을 써보는 것이 계획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