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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눈’으로 본 해양문화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1-11-30 19:42 게재일 2021-12-0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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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 심층분석·재구성한<br/>도서 ‘포항의 해양문화’ 출간<br/>바다음식·굿·해녀·고래 등<br/>다양한 주제 생생하게 풀어
해녀들이 해산물을 채취한 후 크레인으로 끌어올리는 모습. /사진작가 김수정 제공

포항의 해양문화를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포항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어로(漁撈)와 그와 관련된 독특한 문화가 형성됐지만 이러한 문화의 구조와 의미망을 ‘지역의 눈’으로 포착한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기획한 ‘포항의 해양문화’(연오랑 간)는 포항 고유의 해양문화 중에서 가장 특징적이라 할 만한 네 가지 주제인 바다음식, 굿, 해녀, 고래를 선정해 그 의미와 성격을 ‘지역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강제윤 국립 한국섬진흥원 이사는 물회, 과메기, 개복치, 돔배기 등 풍성한 포항 바다음식의 유래와 배경, 가치를 유려한 문장으로 풀어냄으로써 음식 이야기가 한 지역의 역사를 흥미롭게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냈다.

포항은 동해안굿의 근간을 만든 김석출 만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염원희 경희대 HK연구교수는 김석출 만신을 구심으로 하는 포항 무속의 위상을 입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포항이 한국 무속의 특별한 공간임을 밝혀내고 지역 차원에서 그 가치를 살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항에는 1천여 명의 해녀가 활동하고 있으며 그 인원이 제주도, 울산시 다음으로 많다. 김수희 박사는 제주 해녀와는 다른 역사적·사회적 맥락에서 형성된 포항 해녀의 독특한 문화적 가치를 분석하며 해녀 문화의 전승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포항은 고래와도 인연이 깊다. 지난 2005년에 1천300만 년 전 돌고래 화석이 국내 최초로 발견된 곳이 포항이다. 김도형 ‘THE OCEAN’ 편집위원은 일제강점기 때 역사의 수면 위로 올라온 영일만 밍크고래에 주목하며 현재 생존해 있는 포경선 선원과 중매인의 인터뷰를 통해 포항 고래의 역사를 생생하게 전했다.

네 개의 주제 외에 이기복 해양문화연구원 연구위원의 ‘1935년 포항에서 열린 경상북도 수산진흥공진회와 경북 수산업의 동향’은 이 책의 무게를 더한다. 이 공진회는 박람회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었지만 연구사에서는 간과됐다. ‘수산’이라는 산업적 주제, ‘포항’이라는 지역적 제한성 때문이다. 이 논문은 공진회가 “당대의 지역 수산 권력·자본·식민통치력 등이 교직된 그들만의 ‘바다 잔치’였다”는 것을 밝혀내고 “1935년 식민지 조선의 바다에서 이루어진 역사를 재구성하였다”는 점에서 포항의 역사 연구자료로 큰 의미가 있다.

최재선 한국해양수산연구원(KMI) 명예연구위원은 “지역 고유의 해양문화를 지역의 시각으로 심층 분석한 이 책은 지역 해양문화 연구와 대중화 작업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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