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백설공주’에 나오는 ‘독이 든 사과’가 정치권에 회자되고 있다. 백설공주는 계모 왕비가 사과 파는 행상인으로 가장해 준 사과에 독이 든 줄 모르고 먹었다가 쓰러졌으나 결국 다른 나라 왕자와 만나 결혼해 잘살게 됐다는 스토리로 이어진다.
하지만 독이 든 사과의 본질은 우선 당장 겉보기에는 예쁘고 맛나 보이지만 독이 들어 있어 해로운 물건을 가리킨다. 정치권에서 네거티브전을‘독이 든 사과’로 비유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특정 후보가 경쟁 후보의 약점이나 단점을 후벼파듯이 들춰내 흠집을 내면 상대 후보의 지지도를 떨어뜨릴 수 있어 자신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이미 양식있는 국민들은 네거티브가 횡행하는 선거풍토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다. 현재 대선판이 네거티브로 혼탁해지고 있는 데는 진영대결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란 진단이 유력하다. 정치권의 양대 진영을 굳이 나눈다면 민주화와 40대, 산업화와 60대 세력으로 나눠진다.
혼탁한 대선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경쟁자인 상대 진영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인정하고, 발전적 경쟁자 관계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양 진영의 소모적 비방전은 정책경쟁에 쓸 시간을 비생산적인 흑색선전에 모조리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유권자인 국민들에게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지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한다. 결과적으로 대의민주주의를 좀먹는다. 이것이 네거티브 선거의 가장 큰 폐단이다.
이제 여야 모두 ‘정책선거로의 회귀’를 내걸고 과감하게 변화에 나서야 한다. 우선 집권당인 여당부터 선거에 임하는 자세를 바꿔야 한다. 여당이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며 야당과 토론을 시도해야 한다. 정치 선진국인 미국의 선거를 보면 여야 대권후보들이 TV토론에 나와 정책을 두고 일대일로 맞붙고, 이에 대한 여론의 찬반동향이 유권자들의 선호에 그대로 반영되곤 한다. 아무리 논란 많은 정책이라 해도 상대방 후보의 약점만을 헐뜯고 비판하는 네거티브전보다는 낫다.
야당 역시 여당 후보를 국민과 국가가 더 풍요롭게 잘 살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으로 이겨야 한다. 여당과 정부의 실수, 또는 반사이익에 기대어 무작정 정권교체를 주장해선 안 된다. 장기적으로는 권력구조를 포함한 개헌으로 정치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가 되는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여러 정치세력의 합의와 협치로 운영되는 의원내각제로 바꿔야한다. 첨예한 진영대결을 조장하는 양당체제의 선거제도 역시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류·3류 정치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서로 헐뜯고 깎아내리는 ‘독이 든 사과’정치,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번 대선은 누가 국가와 국민을 부강하게 하고, 자유와 권리를 잘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가름하는 선거가 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