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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아야하는 직업

등록일 2021-12-26 19:28 게재일 2021-1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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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수필가
조현태​​​​​​​수필가

어떤 청년이 보석 감정사가 되고 싶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유명한 보석 감정사를 찾아갔다. 수많은 직업 중에 보석을 감정하는 기술이 가장 배우고 싶은 분야라면서 잘 가르쳐 가르쳐달라고 부탁했다.

늙은 감정사는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달갑지 않게 여겼다. 보석감정은 쉽게 배울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청년도 그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간절한 부탁을 거듭했다. 자신이 충분한 소질과 열정을 가지고 있으니 기회를 달라고 매달렸다. 그래도 감정사는 고개를 저었다. 보석 감정 기술을 배우려면 인내심과 끈기가 필요한데 젊은 사람에게는 그런 것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렇지만 끈덕지게 매달리는 청년을 보고 감정사는 못 이기는 척 내일 다시 오라고 했다.

이튿날, 그 청년이 찾아오자 손바닥에 작은 보석 하나를 올려주며 ‘의자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말고 보석을 보고 있으라’고 했다. 대화도 하지 않았고 감정기술을 위한 어떤 정보도 없이 하루가 흘러갔다. 다음날 아침에도 청년의 손에 어제의 그 보석을 쥐어주며 ‘오늘도 어제처럼 하라’고 했다. 셋째 날도, 넷째 날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청년은 일주일 동안 보석을 들여다보고만 있었다. 열흘이 지났지만 똑같은 상황에 청년은 더 이상 침묵할 수가 없었다.

“스승님, 언제부터 감정기술을 배우게 됩니까?”

그러나 보석 감정사는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무뚝뚝하게 ‘왜 지겹냐’면서 자신의 일만 계속했다. 이미 열흘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배운 것이 없다고 생각한 청년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다른 감정사를 찾아가는 것이 낫지 이런 식으로 시간만 낭비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또 다시 보석을 쥐어주며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만 한다면 보석을 집어던질 생각까지 했다.

다음날도 감정사가 그 보석을 청년의 손바닥에 올려주었다. 집어던지려는 순간 어제까지 줄기차게 보던 그 보석이 아닌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막상 보석을 던지려다 말고 고개를 갸웃하며 ‘어제까지 보던 게 맞는데’라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제야 늙은 보석 감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온종일 작은 보석 하나만 들여다봤으면 그냥 봤을까? 뒤집어 보고 문질러 보고 침 발라보고 닦아보고 굴려보고…. 아무리 봐도 그게 그거였으리라. 동일한 보석이었으나 오랫동안 바라보는 가운데 어렴풋이 그 보석만의 독특한 면을 보게 되었다.

늙은 감정사가 청년에게서 찾고 싶었던 것은 인내심과 끈기였다. 예리한 관찰력과 정확한 분별력도 오래 참으며 기다리는 중에 생기는 것을 감정사는 알고 있었다.

어떤 강연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참고 또 참고 다시 참다가, 참다가 도저히 참지 못했다면 이미 참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무턱대고 참으란 말이 아니다. 결론에 이르기 위한 참음이다.

기회는 끝까지 기다리는 자에게 찾아온다. 적어도 대결 구도에서 끝내 이기려면 얼마나 슬기롭게 참아내느냐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참아내기 어렵도록 끈질기게 괴롭혀야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괴롭힘을 얼마나 잘 피하느냐가 곧 자신의 참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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