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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크릴 물감 매화도는 시대 변화의 반영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2-13 19:57 게재일 2022-02-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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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영조 문인화가 <br/>“디지털시대로의 변화처럼<br/>작품의 세계도 변해야 한다<br/>현대인의 시각에 맞는<br/>색감 표현이 가장 큰 장점”
최영조 문인화가

“매화가 봄의 상징이 된 것은 긴 겨울 끝에 제일 먼저 꽃을 피워 봄소식을 주는 모습이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전한다는 상징성 때문 아닐까요.”

최고의 이상향, 격조 높은 정신, 최상의 가치로 대변할 수 있는 진, 선, 미를 추구해온 문인화 정신이 예술적 감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최영조(56) 문인화가. 지난 12일 경주시 황성로 35-3에 있는 그의 작업실을 찾았다. 사군자 매화도를 서양화 재료로 그린 ‘매화도’ 작품으로 국내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최 작가를 만나 삶과 작품에 대해 들어봤다.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사군자 매화도를 그려 화제가 되고 있다. 쉽고 편리한 재료로 변화된 현재의 미술 경향에 따른 것인가.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기본적인 먹그림은 화선지에 먹으로 스며드는 작업은 전통적인 기법으로 일필휘지 기운 생동감을 표현한 문인화 작품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의식주 모든 것이 변화되듯이 우리의 전통적인 재료를 버리고 현대미술에 기본으로 사용하는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으로 정신은 문인화 기본 운필법을 그대로 갖고 사군자, 서예 붓으로 현대미술에 맞게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다.

 

-매화도를 그리는 이유는?

△처음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지만, 문인화 사군자를 공부하면서 매화도에 집중하게 됐으며 동기는 다양하게 많다. 돌아가신 월봉 정석환 선생님께서 즐겨 그리시던 매화 작품에 매력을 느끼면서 시작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매화의 의미와 나의 성격과도 흡사한 부분들이 많아 마음을 담게 되었다.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꽃 중의 꽃이 매화라 사군자 매, 난, 국, 죽 중 매화도를 즐겨 그리고 있다. 그 와중에 매화 그림은 큰 둥치를 표현하면서도 섬세한 작은 가지와 그리고 아름답고 고결한 매화꽃 향기는 봄을 맞이하는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어 주어서 좋다.

 

-최 작가도 옛 선비들처럼 자신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상징할 수 있도록 간결한 조형성을 강조해 표현하는 사군자의 형식을 따르고 있는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문인화 작품의 격은 마음에 있다. 화격보다 인격이 앞서야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했다. 문인화의 장르는 회화의 장르와는 다르다. 회화는 사물을 보고 사실적인 작품을 표현한다면 문인화는 정신을 담는 장르다. 즉 느낌, 분위기, 감정과 감성을 들추어내는 작품 세계로 아, 하는 감탄사와 기운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동양철학의 기본 바탕인 음, 양의 이치를 갖고 작업을 하여야 자연 의미에 가깝게 갈 수 있다고 본다.

최영조作
최영조作

-전통 사군자를 서양미술에 접목해 한국화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작품이 주는 의미를 소개한다면?

△시대의 흐름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시대의 변화처럼 작품의 세계도 변해야 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 우리나라에서도 몇 년 전부터 장르가 없어졌다고들 한다. 현시점에는 평면, 입체 크게 둘로 보지만 이 또한 무너졌다고들 한다. 평면 작가들이 입체적인 작품들을 많이 하면서 서로 간의 장르는 무너졌다. 나 또한 매화도뿐만 아니라 추상적 작품 겨울 연밭, 음율, 선율, 몽현(夢顯) 작품들을 하고 있다. 서양의 재료 아크릴 물감은 다루기는 엄청 힘든 반면 현대인의 시각에 맞는 색감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서양화가 보는 그림이라면, 동양화는 읽고 동양화는 음미한다고 한다. 추천하고 싶은 최 작가의 ‘매화도’ 작품 감상법이 있다면?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문인화의 매화도는 일필휘지의 기운 생동감 그리고 여백은 보는 이에게 생각하게 만드는 공간 창출로 비어있지만, 채워져 있다.

 

-민족의 정신을 담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소중한 옛 그림들이 서양문화에 밀려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데 대한 최 작가의 견해가 궁금하다.

△그런 부분에는 안타깝다. 서예, 문인화뿐만 아니라 옛 풍습 및 전통적인 모든 것이 조금이 사라지고 있다. 정통적인 모든 장르는 보존은 가능하나 지속은 힘들다고 본다.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은 국가가 바탕이 되어야 지속 가능하다. 사라지고 있는 문화유산들은 많다. 그중 하나일 뿐이다.

 

-그림을 배우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는지?

△초·중·고등학생에게는 미술 학업에 충실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시에 집중된 것이 아쉽다. 서예. 문인화. 민화, 조각 등등 많은 경험치가 혼합될 때 새로운 창작들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가 있다면.

△k-팝은 세계적인 음악이 되어있듯이 k-아트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서양미술은 퍼포먼스가 안 되지만, 문인화 매화도는 퍼포먼스가 된다. 즉석에서 작품화를 완성도 있게 할 수 있다. 동양의 미술을 알리고 싶다. 아직도 먹을 모르는 나라들이 많다. 동양의 먹을 잉크라고 생각하고 질문을 한다. ‘코리아 잉크 먹(墨)’이라고 말하면 모른다. 슬픈 일이다. ‘차이나 잉크’라고 말할 때 비로소 고개를 끄덕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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