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대구에는 자존심을, 대구시민에게는 자부심을

등록일 2022-02-14 20:39 게재일 2022-02-15 16면
스크랩버튼
이경우가 만났다<br/>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

1만2천여명이 일시에 발을 구르니 지축이 흔들린다. 내지르는 함성은 대구의 잠자는 혼을 일깨운다. 프로축구 K리그가 열리는 DGB대구은행파크에서 대구FC를 응원하는 대구FC엔젤과 대구시민들의 함성이다. 야구의 도시 대구에서 시민구단 대구FC가 태동한 지 20년.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났던 대구에서 이제 축구를 통해 지역사랑을 실천하는 대구사랑 운동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그 최전방에 대구FC엔젤이 있다.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은 축구를 통해 시민의식을 일깨우고 그래서 대구의 자존심을 우뚝 세우는 것이 목표다.

 

시민구단 대구FC 태동 20년

축구 통해 지역사랑 실천

그 최전방에 ‘대구FC엔젤’ 있어

지난시즌 리그 3위 역대 최고 성적

어려운 역경 속 성과 낸 선수단에 감사

더 좋은 성적으로 시민 자부심 될 것

대구FC를 ‘우리 팀’이라 생각하고

조금 더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엔젤클럽의 최우선 역할

- 올해로 대구FC가 창단 20주년을 맞는다. 지난 시즌 대구FC는 15승 10무 13패로 리그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FA컵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금 대구FC는 우승을 목표로 남해에서 담금질하고 있다. 선수들은 대구FC엔젤클럽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다. 선수단과 클럽이 그만큼 서로 신뢰하고 있다는 증표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등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우리 대구FC선수단에게 진정한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이번 주말(19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FC서울과 개막전을 벌인다. 벌써 기다려진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시민들에게 위로와 보람을 줄 수 있는 대구FC를 기대한다.

- 대구FC엔젤클럽의 탄생 배경과 설립 당시를 듣고 싶다. 기업인으로서 대구FC엔젤을 창설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엔젤클럽은 단순히 응원 차원을 넘어 시민구단 대구FC가 명문자립구단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후원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나아가 축구를 통해 지역 사랑을 실천하는 대구사랑 운동이다. 2003년 창단된 대구FC가 당시에는 시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시민구단이었고 성적도 2부리그로 강등되면서 위기에 빠져있을 때였다. 2014년 지역의 뜻있는 30여명이 ‘대구의 자존심을 살리자’며 ‘우리가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할까’고민한데서부터 엔젤클럽이 시작됐다. 대구에서 일어난 국채보상운동을 재현한다는 마음으로 위기에 빠진 시민구단 대구FC를 ‘명문 자립 시민구단’으로 살리자는 순수 시민운동이었다. 2016년 250명 엔젤로 정식 출범했다. 아래로부터 불을 지펴 대구사랑 열기를 대구 전역에 확산시키기로 한 것이다.

- 대구FC엔젤클럽의 목표가 대구FC의 성적 향상에 있나, 대구시민의 대구FC와 축구 사랑에 있나.

△대구FC가 성적이 좋으면 물론 좋다. 실제로 대구FC는 FA컵에서 우승(2018년)도 했고 K리그에서도 상위권이다. 아시아 프로팀들의 챔피언을 가리는 AFC챔피언스리그에도 두 번이나 출전했으며 올해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있다. 모두 엔젤클럽 출범 이후의 일들이다. 엔젤 역시 이런 결과에 기뻐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좋은 성적으로 시민들의 자부심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보다 대구시민들이 대구FC를 ‘우리 팀’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엔젤클럽의 역할이다. 그것이 ‘축구사랑을 통한 대구 사랑’이라는 엔젤클럽의 슬로건과도 같은 맥락이다.

- 대구는 삼성 라이온즈가 버티고 있는 야구도시였다. 거기에다 인근 포항에 스틸러스 축구단이 있다. 대구시민의 축구 열기는 어느 정도이며 대구FC가 어떻게 대구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모을 수 있었나.

△지금도 여전히 대구는 야구도시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금도 대구시민이 사랑하는 구단이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이 쌓여 야구도시가 됐다. 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로 대구FC가 20년째다. 그동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시민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대구시민들이 대구FC를 사랑하고 있다. 2019년 대구FC 홈구장인 DGB대구은행파크 개장 이후 많은 경기들이 매진됐으며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대구FC입장권 구입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지역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많은 엔젤클럽 회원 역시 경기가 있기 전후에 축구 이야기로 인사를 건넬 정도로 대구FC 팬이 됐다.

- 대구FC엔젤클럽의 회원은 현재 몇 명이나 되나. 어떻게 구성돼 있고 목표는 어디까지인가.

△대구FC엔젤클럽은 연 1천만원 이상 후원하는 다이아몬드엔젤, 연 100만원 후원하는 엔젤, 그리고 월 1만원씩 후원하는 엔시오로 모두 1천500여명이 엔젤클럽과 인연을 맺고 있다. 창립 2년만에 5년 목표였던 1004명 회원을 달성하며 활기를 보였으나 코로나19로 엔젤 회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등 변화가 생기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이런 엔젤클럽의 규모도 재정비할 예정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새로운 엔젤클럽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엔젤클럽 조직은 자체 사무국이 별도로 운영되고 있으며 산하 3개 본부로 활동하고 있다. 엔젤클럽은 기업인뿐만 아니라 지역의 각종 단체 관계자, 그리고 의사 변호사 전문직 종사자 직장인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 대구FC의 가장 빛나는 해는 언제로 기억하나. 공유하고 싶은 잊을 수 없는 경기는.

△해마다 빛나는 해였다. 특히 기억에 남는 해는 1부로 승격한 2017년이었다. 엔젤클럽으로서도 2017년 11월 28일 출범 2년만에 당초 5년 목표였던 1004명 회원을 달성했다.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는 2018 FA컵 대회에서 대구FC의 첫 우승 경기였다. 강호 울산을 원정과 홈에서 모두 이기며 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울산 원정경기에 대규모 엔젤클럽 응원단이 참여해서 승리에 힘을 보탰고 기쁨과 감격을 함께 누렸다.

또 대구축구의 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DGB대구은행 파크의 2019년 3월 9일 제주유나이티드와의 개장경기도 잊을 수 없다. 대구FC가 2대 0으로 승리하기도 했으니 대구축구가 바뀐 날로 기억하고 싶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엔젤과 대구시민 1만2천여 명이 발을 구르며 내지르는 응원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 특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라면 어떤 것이 있나.

△2017년 10월 대기업 모 구단과 원정경기에서 대구FC는 3골을 넣었지만 두 번에 걸친 VAR(비디오판독) 끝에 2골을 잃어버렸다. 엔젤클럽은 다음 홈경기에서 심판 판정에 거세게 항의했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경기관리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구구단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엔젤클럽은 거세게 항의하는 한편 과징금 모금운동을 벌여 과징금을 훨씬 넘는 금액을 모금했다. 이 일이 전국적으로 알려지면서 대구FC와 엔젤클럽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러시아월드컵 대표로 활약한 조현우 선수를 위한 환영 현수막, AFC일본원정대,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참여, 대팍깃발 퍼포먼스 등 대구FC엔젤클럽과 대구FC의 관계는 서로 감동 그 자체다.

- 대구FC엔젤의 임무라면 어떤 것이 있나.

△회원 배가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다. 1인당 2명씩 릴레이로 클럽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또 해마다 100만원씩 후원금을 내고 축구장에 직접 응원에 참여해서 선수들에게 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다. 후원금은 엔젤클럽 계좌가 아닌 구단 계좌에 직접 낸다.

- 대구FC엔젤클럽의 수칙 같은 것이 있나. 자랑이라면.

△대구시민에게 자부심을 주자는 순수한 동기에서 자발적으로 출발했다. 다른 어떤 의도나 사심이 없다. 그래서 처음엔 구단에서조차 ‘저러다가 말겠지’ 하고 시큰둥했다. 그러나 진정성 있는 태도에 엔젤클럽을 인정해 주더라. 엔젤클럽은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한다. 엔젤이었다가도 선출직에 나가면 엔젤은 자동 제명된다. 구단주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엔젤이 아니고 강은희 교육감이나 홍석준 국회의원은 모두 엔젤에서 제명됐다.

- 기업인으로 지역사회에 자랑할 업적이 있다면.

△나는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목표로 ‘푸른 희망’을 개발하고 만들어가는 디벨로퍼다.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개발사업에 참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복합환승센터 특별법이 제정된 뒤 첫 케이스로 동대구역이 적용된 것이다. 정말 가능성이 없는 사업이었다. 그러나 대구를 위해서 누군가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판단했고 내가 나섰다. 신세계를 끌어들일 때는 6개월 동안 잡상인 취급을 받아가면서 성사시켰다. 대구를 방문하는 외지인들에게 대구 전체의 인상을 심어주는 동대구역을 보란 듯이 바꿨고 대구시민들에게도 푸른 희망을 줬다고 자부한다. 사업 성공에 이어 남부정류장 개발 사업도 성사시켰고 지금은 서대구역세권 개발에 민간출자로 참여하고 있다.

- 최근 진행한 경산의 문화타운 ‘샤갈의 마을’은 어떤 컨셉인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주거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집 그 이상의 집’이다. 넓은 테라스와 골프장과 넓은 들판과 이어진 자연친화형 타운하우스다. 여기에 첨단 시설로 아파트의 편리함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꾸몄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계절의 자연 풍광과 상쾌한 공기를 숨쉬며 살아가는 곳이다.

‘샤갈의마을’이라는 브랜드처럼 문화가 함께 하는 곳이기도 하다. 입주민을 대상으로 사진공모전을 통해 타운하우스 주변을 공유했고 공동음악회나 전시회도 열었다. 특히 테라스와 타운하우스는 코로나19 시대를 미리 내다봤다는 평가를 들었다.

- 기업인 이호경과 대구FC엔젤 이호경은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같은가.

△다르지 않다. 기업인으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엔젤클럽 역시 같은 마음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기업도 성장시키고 그 결실을 엔젤클럽을 통해 지역에 환원하고 있다. 기업인으로 구성원들이 물심양면으로 모두 행복하게 만들고 또 엔젤클럽을 통해 시민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인간은 기계와 다르다. ‘1+1=2+α(알파)’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나로 인해 지역사회가 더 발전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 체격이 날렵하다. 어떤 운동을 좋아하나. 자신을 소개하면.

△스포츠를 좋아하고 삼성 라이온즈와 야구 광팬이었다. 사회인 야구에서는 투수 포수 유격수 등 어떤 포지션도 소화해 냈다. 골프도 싱글 수준이다. 겨울에는 필드에 나가지 않는다. 술은 마시지 않는다. TV는 다큐 프로를 보고 대신 자기계발서와 소설류의 독서를 꾸준히 하고 있다.

새벽 4~5시면 일어나서 먼저 17대 선조인 농암 이현보 선생의 초상화 앞에 ‘적선지가(積善之家)의 일가를 이루겠습니다’ 하고 다짐한다. 그리고 일기를 쓴다. 내가 하는 일이 지역에 내 회사에 이웃에 도움이 되도록 해 달라고.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

이호경 대구FC엔젤클럽 회장

대구FC엔젤클럽 회장, 대영에코건설(주) 대표이사. 경산출생, 대구대 경영학과, 대구대 행정대학원 부동산학 석사.

대구수영연맹 부회장과 수성구 리틀야구단장, 수성구 생활체육회 부회장 등 경력. 현 경산상공회의소 감사, 현 대구오페라하우스 이사,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 상임위원.

경산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구로 나와 대구토박이를 자처한다. 중학을 중퇴하고는 고입검정 대입검정고시를 거쳐 대구대에서 학사와 석사를 했다.

10대에는 사환부터 시작해 직물공장, 봉제공장, 철공소, 주물공장 등을 전전하면서 인생과 삶에 대한 배움을 깨우쳤다. 스스로 했지만 ‘불량스럽지는 않았다’고 술회한다.

부동산학을 전공했고 남선알미늄 경리부와 창신주택 기조실에서 근무하다 1988년 부동산개발회사 대영레데코를 창업했다. 이후 주택건설과 종합건설사를 설립한 자수성가 기업가.

/이경우 편집위원

이경우가 만났다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