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크 후보부인 선거운동 실종<br/>네거티브 공방 등 역대급 비호감<br/>문빠 “윤석열”·박근령 “이재명” <br/>與野, 상대후보 지지선언 잇따라
3.9대선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우스꽝스런 선거로 흐르고 있다.
여야 후보에 대한 부정적인 네거티브 공방이 뜨겁게 달아올라 역대급 비호감대선이란 낙인이 찍힌 데 이어 대선 후보의 반려로서 든든한 지지세력이 돼왔던 여야 유력 후보의 부인들이 네거티브 공세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후보부인 선거운동이 실종되고 말았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 골수지지자를 뜻하는 문빠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나섰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씨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에서 특징적인 면은 당선이 유력한 양대 후보의 배우자가 모두 논란의 중심에 섰다는 점이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는 허위이력 기재·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김혜경씨는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에 휩싸여 있다.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진영의 지지세력들이 서로 상대방 후보를 지지하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도 특이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2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대선에서 동서 통합을 통한 평화통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과 동시에 ‘영호남통합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는 단연코 이 후보라고 확신한다”며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또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캠프에서 언론방송특보를 맡았던 표철수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 청년특보 김영재씨, 홍준표 서포터즈 부산 대표 구상용씨 등이 지난 1일 “보수와 진보의 진영 논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 박정희의 추진력과 홍준표의 결기 있는 언행을 닮은 이 후보를 선택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2일 입장문을 통해 “국민의힘 경선 당시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던 전국 100개 단체, 2만여명의 홍사랑 서포터들 중 극히 일부 회원이 최근 이재명 후보 지지선언을 했다”면서 “홍 후보의 대표 총괄조직 ‘동행’은 이미 홍 후보와 함께 국민의힘 선대본부 산하 미래통합위원회 안병용 위원장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주당이 홍 후보를 개인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의 일부 일탈을 더이상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후보를 지지해온 단체 대부분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이재명 후보측이 일부 인사의 이탈을 빌미로 사실과 다른 내용의 가짜뉴스를 통해 지지세를 부풀리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반면에 친문성향의 정당으로 ‘문빠’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경우도 눈길을 끌었다. 검찰 개혁과 ‘조국 수호’ 등을 기치로 2020년 창당한 친문 성향 정당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당) 이민구 대표는 지난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00배 낫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하는 정치인”이라며 “이 후보는 민주당과 진보가 망하는 데 일조했다”는 내용의 지지선언문을 윤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대선 투표일이 다가오면 올수록 유력한 후보에게 표가 몰리는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를 노린 선거전략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면서 “특정 단체 일부 인사의 지지를 이유로 해당 단체 전부의 지지인양 포장하는 일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