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의제 ‘MB 사면’ 견해 차이 <br/>문 대통령 임기말 인사 놓고<br/>당선인 측과 불협화음 분석도<br/>실무협의 계속 일정 다시 조율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실무 차원에서의 협의는 계속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며“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 역시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오늘 회동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며 “일정을 미루기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양측 합의에 따라 밝히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그간 문-윤 회동 개최와 관련한 실무협의는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윤 당선인 측 장제원 비서실장이 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예정됐던 청와대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이 미뤄지면서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도보로 이동해 근처 김치찌개 식당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 서일준 행정실장 등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만남은 애초 덕담을 나누고 원활한 정부 인수인계를 다짐하는 자리로 생각했는데 ‘공식 의제가 있는 회담’처럼 돼버려 의제들에 대해 충분히 사전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회동을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그래서 실무협의에 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문-윤 회동에서 논의할 핵심 의제에 대해 양측이 물밑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권에서 제기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이번 회동에서 거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으나 이에 대한 양측의 견해차가 너무 큰 것이 문제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또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한 달여 남겨놓은 시점에서 ‘낙하산·알박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데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허은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임기 초 ‘낙하산 인사는 없을 것’이라던 문 대통령의 말은 결국 허언이 돼버렸다”며 “정권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출신·민주당 보좌진 출신이 한국 IPTV방송협회장, 한국공항공사 사장,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 등 요직에 줄줄이 기용됐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도 이같은 연장선상에서 나온 대응으로 분석된다.
이에 앞서 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지만,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임기 내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면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정부 인수인계 과정에 불협화음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윤 당선인 취임 전부터 보수·진보 진영 간 대립이 다시 불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