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구교육박물관장<br/>방송 프로듀서·아트센터 총감독·문예회관 관장 등 경력 살려<br/>교육 관련 모든 이에게 도움되는 박물관 건립에 심혈 기울여<br/>소장품 어떤 주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가치 결정된다고 생각<br/>부모가 멋진 도슨트 돼 삶의 경험치 전달할 수 있는 공간 꿈꿔
김정학 대구교육박물관장은 대구교육박물관 건립추진단장으로 활약하며 영남권 최초이자 전국 최대 규모의 교육박물관을 건립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마음이 통하는 교육콘텐츠의 탄생’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뒤 편의시설 외에도 차별화된 교육·문화프로그램 제공, 역사 관련 도서 출간, 특강 등의 활동을 하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최근 삼국유사를 콘텐츠로 한 고등학교 순회 전시를 진행하고 있는 김 관장을 지난 28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2018년 영남권 최초의 교육박물관 수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어떻게 관장을 맡게 됐나.
△나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국내외에서 방송 프로듀서로 오래 일했다. 그리고 아트센터 총감독과 문화예술회관 관장에 이르는 경력까지 합쳐진 경험을 인정한 주변의 권유로 개방직 공모에 응했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것이 내가 ‘경험의 총화’를 발휘하는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제3의 눈으로 대구교육의 역사를 보고, 다양한 성향의 대중에게 색다른 경험치를 제공하는, 조금 결이 다른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받아들여진 것 같다.
-전 세대가 어울려 다양한 교육 역사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교육박물관으로 평가되고 있다. 박물관을 소개해달라.
△‘최고’란 평가는 과찬이다. 대구교육박물관은 ‘자랑스러운 교육도시’로서 대구의 역사를 찾아내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는 곳이다. 기미년 3·8 만세운동, 일제강점기의 학생저항운동, 2·28 학생의거, 특수교육의 요람으로서 대구, 한국전쟁기 대구교육의 힘 등 ‘교육수도 대구’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오롯이 보여드리고 싶었다. 그리고 타깃을 넓혀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교육과 관련된 모든 분에게 도움이 되는 박물관이 되고자 했다. 그야말로 ‘법고창신’, ‘온고지신’을 가르쳐주는 공간, 다시 찾게 되는 박물관이 되도록 애쓴 흔적을 보여드리는, ‘교육수도’의 명성을 이어가는 현장이다.
-연간 6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오는 등 교육콘텐츠 집합체로서의 가치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비결이 있는지.
△미국의 한 사회학자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리는 곳을 ‘제3의 장소’라고 규정했는데, 우리는 그곳이 박물관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교육학예실에는 각급 학교에서 파견 오신 선생님들이 많이 계신다. 그분들의 교직 현장경험이 박물관교육에 그대로 반영되어 효과가 무척 크다. ‘교육박물관의 교육프로그램은 남달라야 한다’는 소신들이 분명하고, 자체프로그램의 개발방법도 ‘지역밀착형’이라 전혀 식상하지 않다. 박물관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고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삼대가 함께 듣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모든 세대의 마음에 소중한 기억이 새겨질 수 있는 곳으로 가꿔 나갈 생각이다.
-대구 역사를 일지(日誌) 식으로 정리한 책 ‘대구365 오늘’ 등 박물관에서 출간한 여러 책이 소중하다고 했는데 박물관은 어떤 역할을 하나.
△최근 박물관에 대한 고정관념이 빠르게 변하는 데 발맞춰 찾으시는 분들에게 공립박물관의 의무를 생각해 ‘덤 지식’을 드리고자 다양한 출판물 발간에 공을 들이는 편이다. 최근 출간된 ‘대구365 오늘’ 외에도 역사 속에서 선조들의 다양한 사례를 모은 자료집 ‘재난을 물리친 슬기’, 쉽게 만나는 문화재의 편액을 활용한 인성교육교재 ‘대구문화재편액 이야기’, 세계 유명박물관의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을 뽑아 묶은 ‘세계박물관 어린이 교육프로그램’ 등이 있다. 역사를 통해 존재감을 깨닫고 책임감을 느끼며, 정의감이 살아나는 공간이 분명히 박물관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역사를 오래된 미래라고 한다. 교육박물관의 역할과 의미는 무엇인가.
△고고학(考古學)보다는 고현학(考現學)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시대가 온 것을 실감하는 박물관이라는 걸 강조하고 싶다. 이제 박물관은 수많은 소장품을 어떤 이야기와 주제로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지역교육사를 정립하고, 공감형 프로그램을 적절하게 구사해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박물관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닌가. 미래와 과거를 가늠하게 하는 교육콘텐츠로 차세대와 호흡할 수 있는 공감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되면 기성세대의 기증 유물을 통해 부모님이 멋진 도슨트가 되는, 부모님의 경험치를 교육으로 받아들이는 공간이 될 거라고 믿는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다면.
△시도하고 싶은 아이템은 ‘미래 교육’이다. 여러 가지 시도를 구상 중인데, 먼저 ‘우리 역사를 통한 세계인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역의 다양한 가치를 높여가며, 지역 출신의 교육자와 문화예술가의 발굴을 통해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이 우리 박물관이 해야 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대구에는 역사박물관이 없지만, 교육 관련 역사를 우리 나름 반듯하게 정리해나가는 것에도 큰 보람을 느끼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