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시 옥색 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낀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보더라.// 한 번 구르니 나무 끝에 아련하고/ 두 번을 거듭 차니 사바가 발아래라/ 마음의 일만 근심은 바람이 실어가네”
김말봉의 시에 금수현이 곡을 붙인 이 노래를 듣노라면 아리따운 처녀가 그네를 타는 모습이 선하게 그려진다. 요즘 놀이터에서 흔하게 보는 그런 그네가 아니라, 높다란 나뭇가지에 밧줄을 매어서 길게 늘어뜨린 그네라야 이런 정경이 된다.
특별한 기술이나 훈련이 필요한 게 아니라서 누구라도 탈 수 있는 게 그네지만, 기왕지사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젊은 여성이면 한결 멋스러울 것이다. 위의 노래가 그리는 장면은 아마도 단옷날 추천대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체력이 좋고 간이 큰 여인들은 거의 수평으로 날아올라 나뭇가지를 발로 차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물 찬 제비처럼 날렵하고도 우아한 모습이었다. 그네라는 단순한 도구를 이용해서, 고도의 훈련을 쌓은 발레리나의 동작보다도 오히려 시원스럽고 짜릿한 쾌감을 주는 몸짓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가사를 쓴 김말봉 작가도 어린 시절 그네를 많이 타본 모양이다. 그래서 그네를 타는 모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2절에는 그네를 타는 기분을 멋지게 표현하고 있다. 그네뛰기가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사바세상을 발아래로 마음의 온갖 근심을 날려 보내는 초월적 유희처럼 그려낸 작가의 상상력이 통쾌하다. 조지훈 시인은 승무(僧舞)의 절제된 몸짓에서 종교적 법열을 보았다면, 그네를 타는 몸동작은 그보다 날것의 생동감으로 삶의 환희를 보여준다고 할까.
그네뛰기는 ‘고려사’를 시작으로 여러 문헌에 단오절의 대표적인 민속놀이로 기록돼 있다. ‘고려사 최충헌전’에는 “단오절에 충헌이 그네뛰기를 백정동궁(柏井洞宮)에 베풀고, 문무 4품 이상을 초청하여 연회를 사흘 동안 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최이전’에도 “5월에…. 관원들을 초청하여 연회할 때에 채붕(彩棚)을 매어 산같이 만들고 수를 놓은 장막과 깁 휘장을 둘러치고 그 가운데는 그네를 매어 무늬 놓은 비단과 채색 꽃으로 꾸몄다”고 하였다. 그 밖에도 한림별곡, 열왕세기 등에 기록이 있어 그네뛰기 풍습이 성행해온 것을 알 수 있다.
“오월이라 단옷날은 천중가절이 아니냐/ 수양청청 버들숲에 꾀꼬리는 노래하네/ 후여넝츨 버들가지 저 가지를 툭툭 차자/ 후여넝츨 버들가지 청실홍실 그네 매고/ 임과 나와 올려 뛰니 떨어질까 염려로다/ 한 번 굴러 앞이 솟고, 두 번 굴러 뒤가 솟아/ 허공중층 높이 뜨니 청산녹수 얼른얼른/ 어찌 보면 훨씬 멀고 얼른 보면 가까운 듯/ 올라갔다 내려온 양 신선선녀 하강일세/ 난초같은 고운머리 금박댕기 너울너울/ 외씨 같은 두 발길로 반공중에 노니누나/ 요문갑사 다홍치마 자락 들어 꽃을 매고/ 초록적삼 반호장에 자색고름도 너울너울….”
민요에 담긴 그네뛰기 역시 흥겹고 멋스럽다. 그네를 타는 사람의 짜릿한 쾌감에 못지않게 보는 이를 즐겁게 하는 시각적인 멋도 있으니, 예술적인 요소를 겸비한 놀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