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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행복한 삶이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6-06 18:02 게재일 2022-06-0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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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시인 오낙률<br/>  포항 기북면 ‘농부시인’… 자신의 객관적 철학·신념 재해석해 표현 <br/>“시는 가장 짧은 언어 속 가장 많은 자연적 사실 그려내야 하는 작업<br/>  시조창·시낭송 등 활동… 영원히 기억에 남을 시 한편 남기고 싶어”
오낙률 시인.
“자연은 인간의 행복 지수를 높이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합니다. 오직 자연 상태에서만이 능력과 욕망이 균형을 유지하며 내면을 제어할 수 있기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이 필수라 할 만치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농부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오낙률(62·포항시 북구 기북면) 시인은 사회현실을 객관적으로 관조하고 자기 철학과 신념으로 재해석해 진술하는 탄탄한 시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중진이다. 특히 그의 시는 휴머니즘적인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시에 전통 시조 가락을 얹어 시조창의 멋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알리기도 하며 전통예술 장르의 맥을 잇고 계승 발전시키고자 남다른 노력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오낙률 시인을 만나 예술가로의 삶과 활동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시란 무엇인가.

△모든 예술 행위는 자연의 모방행위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방행위는 그림 그리기 즉, 자연 그리기로 나타난다. 그러나 인간의 몸으로 자연을 완벽하게 그리기란 거의 창조주쯤으로 불리는 신의 경지에 도전하는 무모한 행위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집요하게 자연을 그대로 베껴 그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자연에 가장 가깝게 그린 그림을 가장 훌륭한 예술의 작품으로 인정하고 그에게 예술가의 칭호를 부여하고 있다. 시작(詩作) 또한 자연을 언어로 그리는 행위이며 가장 짧은 언어 속에 가장 많은 자연적 사실을 그려내야 하는 작업이다. 시가 여타 예술 장르보다도 우선하여 손꼽히는 이유는 시의 창작 기법이 회화성과 음악성 그리고 고도의 함축과 절제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의 소재로 자주 쓰이는 사람이라는 자연물은 가장 그려내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지닌 자연물이라 말 할 수 있다.

-‘따이한에게 쓰는 편지’ 등 그동안 펴낸 시집들이 시인이 살아온 치열한 삶과 세상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삶의 궤적이라 볼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한 말씀 하신다면.

△사람이 살면서 울고 싶다가도 타인 앞에 서면 애써 웃어야 할 때가 있다. 나의 많은 시 중에서 유난히 꽃과 사랑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다. 이를테면 나의 시작 행위는 치열한 삶을 살아오면서 내면에서 갈구하는 일종의 피안(彼岸)과 결핍의 충족 행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최근 발간한 네 번째 시집 ‘포항 12경(景)’이 가곡으로도 만들어지고 불렸는데 소개한다면.

△지난해 말에 발간한 저의 시집 ‘포항 12경’에는 총 77편의 시가 6부로 나뉘어 실려 있다. 그중에 열두 편이 포항의 대표적 명소 12곳의 풍광을 노래한 시이다. 이 작품들은 포항에 적을 두고 음악 활동을 하는 가곡 단체 캄스앙상블의 정기 공연에 쓰일 가곡 가사로 집필했다는 창작 배경이 있다. 캄스앙상블 측이 먼저 포항문화재단에서 선정해놓은 ‘포항 12경’을 주제로 12편의 시를 써달라는 요청을 해왔다. 주어진 집필 시간이 너무 짧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시조창은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 온 소중한 무형 문화유산이지만 평소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시조창에서 현대인이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면.

△시조창에는 느림의 미학이 있다. 현대인이 추구하는 음악은 가히 질주하는 말의 발굽 소리에 견줄 만큼 빠르다. 거기에 반해 시조창은 그 빠르기에서 선인이 말에 올라서 유유자적 풍광을 즐기며 산책하는 속도라 할 수 있다. 현대음악에서 느끼는 창자와 청자의 만족도가 30:70이면 시조창에서는 창자와 청자가 느끼는 만족도는 반대로 70:30이라 한다. 쉽게 말하면 시조창은 노래 부르는 사람이 더 즐겁고 현대음악은 노래를 듣는 사람이 더 즐겁다는 뜻이다. 조용한 산사나 풍광 좋은 자연의 품에 들어서 부르는 시조창 한 자락은 듣는이가 없어도 스스로 행복해지기에 충분하다.

 

-시인으로 활동하며 시조창, 시 낭송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는데 그 힘의 원천은.

△소위 코드가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서 느끼는 행복감이다. 시와 창과 낭송은 엄밀히 말해 생산과 소비의 관계에 있다, 시를 쓰면서 시 낭송가들과 함께 어울리며 활동하는 것은 시인으로서 시 소비의 패턴을 아는 데 도움이 된다.

 

-농사에 대한 의미가 남다른 것 같은데, 오낙률 시인에게 농사란.

△농사도 하나의 창작행위라 할 수 있다. 매년 자연과 더불어 자연을 빚는 일에 일조하는 보람은 오랫동안 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농사일 속에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농작물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생명 질서의 근본과 원리를 터득할 수 있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먼 훗날까지, 자연과 더불어 살다 간 소박한 서정시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사람들도 상처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무균실 같은 사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은.

△많은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시 한 편 남기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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