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두 축을 이룬다. 국민소득이 100불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을 했고, 외신기자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어려울 거라던 민주주의도 보란 듯이 성취를 했다.
일견해서 이 두 축은 상조관계이기보다는 서로 대립하고 길항하는 관계를 지속해온 것처럼 보인다. 산업화의 성공신화를 이루기까지 적지 않은 독재와 인권침해가 있었고, 그것에 저항하면서 민주주의도 발전을 해온 터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한 지금에 와서는 그 대립과 갈등이 상쇄작용만 해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분야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권력을 차지해 모든 일을 상의 없이 독단으로 처리하는 것’을 독재(獨裁)라 한다. 독재에는 개인이 행하는 일인독재, 군인들이 행하는 군사독재, 민간인이 행하는 문민독재, 그리고 민중 등 계급이 행하는 계급독재(프롤레타리아독재), 다수가 행하는 대중독재가 있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독재와 국민 다수에 의한 독재, 그리고 국민 대중의 지지를 받는 독재로 나누기도 한다. 이른바 민주화운동권 사람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독재에 항거한 투쟁의 역사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이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라는 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2조에 명시된 정의다. 한편 그 법의 시행령에는 민주화운동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하는 운동 목록은 3·15의거,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운동, 3선개헌 반대운동, 유신헌법 반대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에다 행정안전부장관이 관계기관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고시하는 운동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이었던 민주화운동정신을 국가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01년 7월 2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행정자치부 산하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설립했다.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기념하고 나아가 이러한 역사적 성취 위에서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정신을 기리며,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후대에 물려주자는 취지로 6·10민주항쟁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그동안 정치권은 산업화를 앞세우는 보수 세력과 민주화를 주창하는 진보 세력으로 양분이 되어 보수 쪽은 반공우익을 고수하는 반면 진보 쪽은 점차 용공좌익으로 변모해갔다.
우파와 좌파가 엎치락뒤치락 정권을 바꿔가며 편 가르기를 하는 바람에 두 세력 사이의 반목과 질시의 골이 깊어져서 지금은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까지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좌파와 우파가 원수라도 되는 양 적개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가 산업화와 적대관계일 수 없으며, 사회주의나 전체주의가 민주화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는 인식의 전제가 통합의 공통분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