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4, 5전시실서 회화 등 작품 30여 점 선봬
다티스트는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중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을 지속하는 중견작가와 원로작가를 선정해 개인전과 학술행사 및 아카이브 구축을 추진하는 대구미술관의 프로젝트다.
박창서는 미술사를 소재로 삼고 미술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구축하는 후기 개념미술 경향의 작품을 시리즈로 선보여왔다. 그의 작업에는 이미지에 앞서 자주 텍스트가 등장한다. 이는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예술가의 말을 작품에 소환해 현시대에 다시금 질문하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위치-나-제안’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개념미술의 가능성을 대중과 소통한다.
제목에서 ‘위치’는 작가가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시간과 장소에 대한 예술적 인식이다. 작가는 “다양한 문화적, 예술사적, 장소적 맥락들이 마주치는 상황에 나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 인식의 결과물인 예술작품을 관람자에게 제안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30여 점의 작품을 기억과 풍경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4전시장을 아우르는 주제이자 장면은 풍경이다. 작품 ‘당신의 기억으로부터(From your Memory), 2022’는 회색 구름 이미지와 언어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은 한 번도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구름을 담아내기 위해 물감 대신 아크릴 스프레이를 분사하는 작업 방식을 선택해 생성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그날그날의 구름을 표현했다.
구름 이미지와 텍스트가 공존함으로 인해 거리에 따라서 이미지가 두드러지기도 하고 텍스트가 더 잘 읽히기도 한다. 관람객은 이러한 거리감을 통해 이미지가 언어화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5전시장 주제는 ‘기억’이다. ‘나를 기억해 주세요(Remember me), 2022’는 전시장 중앙에 예배당으로 설치됐다. 예배당 중심에 놓인 스펀지 무덤과 침대에 쓰인 문장, 네온으로 만들어진 ‘Remember me’라는 문구가 시선을 끄는 이 작품은 세상을 떠난 예술가들의 말이나 개념을 가져와 그들을 기억한다.
박창서는 계명대 미술대를 졸업하고, 파리 제1대학 팡테옹 소르본느에서 조형예술학 석사과정을 거쳐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에식스 스튜디오, 유턴 아트스페이스, 주프랑스한국문화원 등 국내외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가지며 개념미술의 확장성과 주제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