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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우리 마음들이 정화되는 시간됐으면”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6-26 19:32 게재일 2022-06-27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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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서양화가  송상헌<br/> ‘Integral-부서진 것들’ <br/> 서울서 14번째 개인전 열어 <br/>코로나 창궐·전쟁과 파괴·미움 등 <br/>부서진 마음들을 붙이고 연결하면<br/>꽃 피고 열매 맺는 시절이 온단 믿음
송상헌 서양화가
“사람들이 내 그림을 통해 사고의 폭을 확장할 수 있고, 삶을 살아가는 시각을 새롭게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포항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양화가 송상헌(54) 작가는 자신의 작가 인생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다양한 화가의 화풍 중에 송 작가는 통속적 방식의 묘사를 넘어서 자신의 감각에 적합한 상징을 탐구한 소재들을 예술의 정신성과 장식을 동시에 표현하면서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서울 유나이티드 갤러리 초대전 이름도 ‘Integral-부서진 것들’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열고 있는 송 작가의 14번째 개인전은 전시회 이름처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흩어지고, 갈라진 우리들의 마음이 정화되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승화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린 그림을 출품했다고 설명한다. 송 작가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Integral-부서진 것들’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초대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 의미가 무엇인가.

△부서진 것들은 기후 위기, 코로나 창궐, 전쟁과 증오, 미움과 파괴의 한가운데 서 있으며 절대적 가치와 생명의 고귀함이 사라지고 전쟁으로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소중한 문화재의 파괴를 보면 갈라지고 부서진 파편들이 어지럽게 흩어지고 있었다. 이러한 부서진 마음들을 조각모음 하듯 하나씩 붙이고 치유하고 연결하는 노력을 하다 보면 언젠가 꽃이 피고 열매 맺는 시절이 온다는 믿음을 뜻한다.

 

-Integral은 무슨 말인가.

△‘합치다’의 s를 길게 늘어뜨린 적분 기호이다. 즉, 전체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데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작은 것들이 모여 완전체를 이룬다는 뜻이다.

 

-오늘의 우리에게 Integral은 왜 필요할까.

△지금같이 황폐한 사막 한가운데서 물줄기를 찾듯,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새벽을 기다리듯, 부서지고 작은 존재가치에 대한 탐구를 통해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주변 많은 사람의 위로와 치유의 시간이 되고자 하는 작가로서의 최소한의 대안이기에 이번 전시 Integral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회 대중의 반응이 어땠나.

△평소 작가가 활동하는 방향을 봐온 대중들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를 처음 본 다른 사람들이 색감으로나 전체적인 분위기를 통해 현재의 의미를 담은 이번 전시를 눈여겨봤다고 전해온다. 작가로서 많은 응원에 보람을 느꼈다.

 

-그림은 언제부터 어떻게 시작했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직접 스케치북을 만들어 매일 가지고 다니면서 보이는 모든 것을 그림으로 승화시켰다. 포항제철고등학교 2학년 재학 중, 세상에 지쳐있고 사회에 대한 관심과 진학에 대한 열망이 점점 사라져 갈 때 마음속 잠자고 있던 열정이 되살아나 슬럼프를 극복하고 난 다음 본격적으로 미술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다.

 

-그렇게 열심히 한 이유가 무엇인가.

△항상 “아빠는 부재중”으로 자라온 두 딸과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미래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 작업에 매진했다.

 

-자신의 그림은 어떤 화풍인가.

△오브제를 이용한 콜라주, 공간의 채움과 비움, 색채의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미술이라고 생각한다.

 

-주로 어떤 방식으로 작업하나.

△광목천을 조각내 붙이거나 한지를 조각내 콜라주하여 화면을 구성하고 다른 색으로 여러 번 반복적으로 덧칠한다. 그리고 기존 화면에 만들어진 이미지나 색상을 덮어서 지우거나 흐릿해지거나 일부만 남기거나 하는 방식으로 마무리한다.

-송 작가는 한지를 사용해 콜라주 작업한 작품이 많은데 왜 그런 작품을 하나.

△결론적으로는 오래된 습관이다. 조각난 것들을 화면에 붙이거나 광목천을 붙이거나 하는 방식으로 화면을 구성하고 사포로 여러 번 갈아내거나 다시 덧입히거나 하는 방식으로 화강암의 표면으로 거친 마티에르를 만들어서 표현해 오던 방식에서 비롯된 것 같다.

 

-사람들이 송 작가에 대해 뭐라고 평가하나.

△작업에 있어서 만큼은 고지식하고, 고집불통이고, 바쁜 사람이라고 하더라. 아마도 그림을 그릴 때 고뇌하고 파고드는, 그 지치지 않는 열정을 알아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요즈음은 주로 어떤 것들을 그리고 있나.

△지난 작업은 청각의 시각화였다면 요즈음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이미지를 조형화하거나 기억된 형상이 부서지고 조각나고 흐릿해지는 이미지를 조형화하여 빛의 시각화를 표현하고자 하고 있다. 즉, 우리의 자개 공예나 스테인드글라스와 같이 무한한 생명력을 느끼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품의 방향이 있나.

△포항의 풍경, 이야기와 역사가 있는 오래된 건축물을 모티브로 한 연작 시리즈를 작품화하여 포항 지역 정체성을 되돌아보고 향수를 느끼게 하고 싶다.

 

-화가로 어떤 평가를 받기를 원하나.

△작가로서 외롭게 묵묵히 자기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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