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장차 세계의 중심국가가 될 것’이라는 예언가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예언들 대부분은 대한민국이 오늘과 같은 성장과 번영이 있기 전에 있었다. 당시에는 황당하게만 들리던 것이 나라의 위상이 현격히 높아진 지금에 와서는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제3의 물결’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앨빈 토플러 같은 세계적인 미래학자도 일찍이 한국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내다보고, 20여 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김대중 대통령에게 ‘21세기 한국사회의 비전 보고서’라는 장문의 보고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거라곤 우리도 예측을 하지 못했다. 일제 가전제품들이 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시절에는 우리의 전자제품이 일본을 추월한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더구나 삼성전자 하나의 매출이 일본 10대 전자산업의 총매출을 훨씬 웃돈다고 하니 실로 꿈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IT산업 외에도 조선, 자동차, 원전기술, 의료, 건설업 등 세계 일류의 기술을 가진 업종이 많고 문화·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뿌듯하고 자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우리의 공공시설이나 국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을 부러워하고 선진국의 한 모델로 평가를 한다는 사실이다. 버스나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의 편리함과 특히 화장실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칭찬에는 절로 어깨가 으슥해진다. 시위가 끊이지 않은 나라이면서도 약탈이나 방화 같은 범죄를 동반하지는 않는, 치안의 모범국이라는 사실도 그만큼 시민의식이 높고 국민성이 선량하기 때문일 터이다.
예언가들과 미래학자들의 전망처럼 과연 대한민국이 세계의 중심 국가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은 그 가능성으로 한국인들의 지적능력과 근면성, 그리고 높은 영성(靈性)을 꼽는다. 무엇보다 홍익인간(弘益人間)을 건국이념으로 가진 나라야 말로 전 인류를 이끌어갈 자질을 갖춘 것이 아니겠냐는 평가다. 하지만 나라의 운명이란 결국 국민 스스로 결정짓는 것이다. 우리에겐 남다른 자질과 능력이 있다는 건 이제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이지만, 그것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 밝은 미래가 열리는 것이다. 그릇된 선택과 자중지란에 휩쓸릴 때는 그 반대의 결과도 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가중되는 북핵 위협과 혼란한 국제정세, 골이 깊은 남남갈등, 심각한 경제위기 등이 산적한 위험요소로 상존한다. 이쯤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자기성찰이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상황에 대한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좌우 양편의 대립과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는 것이다. 특히 진영논리에 함몰돼 상대편을 무조건 악마화하고 내로남불, 적반하장, 후안무치가 판을 치는 것은 조선말의 당파싸움을 방불케 하는 망국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우선 법치를 바로 세우고, 양식을 갖춘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조악하고 비뚤어진 민심을 바로잡는 일에 힘을 모아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