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갤러리분도, 23일까지<br/>박영훈·이지송 2인전 열어
미니멀리즘 계열의 작가 박영훈(57)·이지송(76) 2인전 ‘Black into Light’가 오는 23일까지 대구 갤러리 분도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두 번째 2인전으로 각자의 작품으로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드러나는 차이를 보여준다. ‘블랙에서 빛으로’와 ‘빛에서 블랙으로’가 화이트 벽면의 전시장 안에 펼쳐져 있다.
박 작가는 검은 입자가 물질성이 무화되며 빛으로 변하는 지점에서 스스로 미술의 의미를 드러내며 이 작가는 역으로 빛에서 물질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미술의 의미를 새롭게 탐색하고 있다.
화이트 벽면에 붙은 박영훈의 평면 작업은 왜 색이 기본적으로 빛에서 나오는지 명명증하게 보여준다. 형광의 텍스타일이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데,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무수히 많은 점들이 반복적으로 나열돼 있다. 확대된 망점처럼 보이는 이런 입체적 점들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점들의 간격이 흐릿해지면서 몽롱해지는데, 점들이 겹치면서 움직이는 느낌이 들며 신체의 감각을 홀린다. 작품은 환영이 일어나면서 색과 입체가 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보는 사람에게 부여하며 이 빛 속에서 여타 감각은 해체되고 마비된다.
이지송 작가는 2012년 미국을 여행하며 기차와 버스 등으로 이동할 때 채집한 영상물을 해체하고 형식화시켜 제작한 3점의 영상 작품들을 설치한다.
192개의 영상을 겹쳐 40분가량 진행되는 ‘겹-192’는 2012년 작품이며, ‘여행수첩’ 시리즈는 각 66개, 111개의 영상을 마치 책장에 꽂힌 책들처럼 차곡차곡 겹쳐놓았다. 막대처럼 일렬로 놓인 영상들이 제각각 재생되다 끝나면서, 점점 화면은 블랙으로 채워져간다.
갤러리 분도 측은 “‘Black into Light’의 작품들이 만들어내는 조응은 우리의 신체 ‘눈’이 어둠이나 밝음에 차차 적응하는 감각을 상기한다. 박영훈의 ‘블랙에서 빛으로’의 사유의 과정과 이지송의 ‘빛에서 블랙으로’ 나아가는 수행의 과정은 원인과 결과를 뒤바꿔서 드러냄과 동시에 두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서로 어긋나면서 부합하는 새로운 조응의 미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