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br/>23일 ‘이경록 재조명 문학특강’ <br/>정호승 시인·한숙향 박사 초청
경주가 낳은 천재 요절 시인 이경록(1948∼1977)을 기리는 문학 특강이 열린다.
동리목월기념사업회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학장 손진은)은 오는 23일 오후 2시 동리목월문학관 영상실에서 이경록 재조명 문학특강을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이경록 시의 재조명’을 주제로 열리는 이날 특강은 정호승 시인과 한숙향 문학박사가 초청돼 짧은 생애, 불꽃처럼 시를 피워 올린 이경록 시인의 문학과 생애를 돌아본다.
이경록의 절친이었던 시인 정호승은 ‘경록형을 추억하며’라는 제목으로 그의 시작 태도와 시적 성취·인간됨에 대해, 특히 종생 무렵 성심가톨릭병원에서 곁에서 지켜본 시인으로서의 순결한 자세와 평론가 김현으로부터 한국시단 최고의 신예로 인정을 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증언할 예정이다.
작품론을 맡은 한숙향 박사는 ‘죽음, 삶을 비추는 거울’을 제목으로 이경록 시에 나타난 죽음의식을 개인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으로 나눠 고찰한다. 한 박사에 따르면 그의 시에 나타난 삶과 죽음은 공존한다. 특히 이경록은 발병이라는 체험과 함께 죽음에 대한 사유가 더욱 깊어지고 구체적인 의미를 띠게 된다. 발병 후 이경록의 시는 죽음을 극복하고 삶의 영원성과 순환성을 획득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봤다.
또 사회적 실존으로서 이경록은 소통 부재의 현실을 ‘식물성 시대’로 규정하고 식물원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단면을 ‘이 식물원을 위하여’ 연작을 통해 보여준다고 해석한다.
아울러 이경록이 시는 당대 사회 현실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는 특징도 가지는데, 특히, ‘발’을 통해 시인은 한 사회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자로서 병든 사회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 박사는 이경록의 시가 미답의 영역을 향해 나아가는 치열성과 개성,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과 현실 비판의식의 미학적 형상화, 시어의 재배치나 문장부호를 활용한 이미지 환기 등은 시대를 앞서가는 현대적인 기법이라 결론짓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동인지 ‘자유시’ 동인(1976년 4월 창간) 창간 멤버이며, 그의 작품성을 알아본 ‘한국 시 최고 감별사’인 김현 교수로부터 “작품을 쓰는 대로 모두 문학과지성사로 보내달라”는 엽서를 받을 정도로 촉망되던 시인이던 이경록은 1948년 경주시 강동면에서 태어나 경주고 재학 시절부터 각종 문예 현상 공모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냈으며, 197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달팽이’가, 1974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두 개의 방법’이 당선되고 4년 남짓 문학 활동을 하다 1977년 4월 14일 타계했다.
사후 ‘이 식물원을 위하여’(흐름사, 1979)와 한자어를 한글로 바꾸고 새로운 시 7편의 더한 ‘그대 나를 위해 쉼표가 되어다오’(고려원, 1992), 미발표 시 16편을 추가한 ‘나는 너와 결혼하겠다’(새미, 2007) 등 세 권의 유고집을 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