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사과 등 진화 나섰지만 <br/> 당내 불만 목소리 우후죽순식 <br/>“당이 용산 지시 따른다 보여져”<br/>“청년 쓴소리 내부 총질로 보나”<br/>“尹, 李 싫어했단 소문이 사실로”<br/> 민주 우상호 “대통령과 윤핵관<br/> 위선 보며 정치 잔인하다 느껴”
이준석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는 당대표’로 지칭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정치권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여당내에선 이 대표를 향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이 확인되는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윤 대통령과의 사적인 문자 메시지를 노출하는 실수를 저지른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또 다시 자신의 부주의를 공개사과해야 했다.
여당 원내지도부는 일단 문자 메시지 공개의 후폭풍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권 대행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저의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했다. 지난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여권 내 내홍과 국회 원구성 지연과 관련해 허리를 90도 숙여 사과한 지 엿새 만이다. 권 대행은 지난 20일에도 대통령실 채용과 관련한 자신의 ‘9급 공무원’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권 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잘 이끌고 와준 데 대한 격려 차원에서 얘기하는 것이 나타난 것”이라며 “대통령이 당무에 관여했다든가 그런 측면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동했다는 것은 다 추측이다. 지도부에 대한 격려 차원에서 얘기하다 사적으로 오고 간 이야기에 대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 상황이 쉽사리 수습될지는 불투명하다. 한 중진 의원은 “공개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당 지도부가 용산(대통령실)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거나, 용산의 하명을 수행한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국민들이 보지 않겠나. 지금이라도 제대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와 성장통을 어찌 내부총질이라고 단순화 할수 있나”라고 성토했고, 김용태 최고위원 역시 “대통령이 당대표를 싫어했다는 소문이 원치 않은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말하는 등 부정적인 반응도 적지않다.
이번 일을 계기로 권 대행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분위기도 있다. 한 의원은 “권 대행 취임 후 석 달 만에 대국민 사과를 몇번이나 하는 지 모르겠다. 리더십이 불안하다”고 말했다. 다만 당헌당규상 조기전당대회를 치를 수 없는 상황에서 지도체제를 교체할 뾰족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지도체제 교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내부총질’ 파문에 관한 질문을 받고 “어떤 경위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비대위 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내부총질하던 이준석 대표가 사라지니 너무 좋군요’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제가 오래 전부터 이준석 대표 제거는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공동작품이라고 했는데 사실로 확인된 것”이라며 “매우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국민의힘 권력 싸움에 깊게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우 위원장은 “언제는 이 대표에 의지해 젊은이들의 표를 구걸하더니, 이제는 내부총질을 한다며 바로 젊은 대표를 잘라내는 대통령과 윤핵관의 위선을 보며 정치가 잔인하다고 느꼈다”며 “(윤 대통령은) 민생과 경제에 전념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내부총질’ 당사자로 지목되는 이준석 대표는 울릉도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그 섬에서는 카메라 사라지면 눈 동그랗게 뜨고 윽박지르고, 카메라 들어오면 반달 눈웃음으로 악수하러 오고, 앞에서는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뒤에서는 정상배들에게서 개고기 받아와서 판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이 섬은 모든 것이 보이는대로 솔직해서 좋다. 감사합니다 울릉도”라고 적었다. ‘그 섬’은 여의도를, ‘이 섬’은 울릉도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내부총질’ 문자 메시지에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울릉도에서 사흘을 머문 이준석 대표는 ‘울릉도에 해야 할 일이 많다’는 말을 남기고 27일 오후 울릉크루즈 편으로 울릉도를 떠났다.
이 대표는 문자 논란에도 언론인 접촉을 피하고 27일 오전 울릉도 최고봉인 성인봉(해발 987m)에 올랐다. 문자 논란이 제기됐던 26일에는 지역 그라운드 골프장을 방문,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눴고 이날 오후 문자 논란 30여 분만에 울릉도 대형 현안 사업에 대해 의견을 사진과 함께 페이스 북에 올렸다.,
이 대표는 ‘울릉도에는 할 일이 많다’고 적었다. 특히 “울릉공항의 활주로가 지금 예상되는 1천200m보다 좀 더 길게 확장되어서 STOL기가 아닌 다른 기종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썼다. 울릉도 용출수를 제주도 삼다수 처럼 개발하면 울릉군에 재정적으로 도움일 될 것이라며 규제 철폐 등 환경부가 전향적으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울릉도에 도착, 젊은 당원들을 만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지만, 언론 노출을 꺼렸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m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