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공작소 세 번째 ‘민성홍의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그리고 물’展<br/>대구 봉산문화회관 대표 기획시리즈, 10월 2일까지 4전시실서<br/>사회구조적 불안 대한 개인·집단의 대응방식 구조물로 형상화
대구 봉산문화회관은 대표적 전시 기획 시리즈인 기억공작소 올해 세 번째 순서로 ‘민성홍의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그리고 물’ 전을 4전시실에서 10월 2일까지 열고 있다.
민성홍은 버려진 사물을 수집, 변형, 재조합하는 세 개의 과정을 통해 잊힐 물건들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 긍정적 의미로 변화시킴으로써 ‘인간의 삶이란?’에 ‘희망이란?’ 같은 화두를 찾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외부환경의 변화로 인한 사회구조적 불안이라는 정서적 전이에 대한 개인과 집단의 대응 방식을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물 등의 구조물로 형상화했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정체성을 끊임없이 구축해나가야 하는 현대인의 생존 방식과 인식적 변화를 반영한 작업이다.
상하로 길게 늘어진 일상적 풍경의 설치 작품 ‘두 개의 산’은 산수화 이미지를 현수막에 출력해 구멍 뚫은 위장막에 박음질로 화려한 레이스를 꾸미고, 구슬 꿰기, 카펫에 출력한 산수화 등 정성 어린 수공예품 같은 다채로운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위장막 안에는 옷걸이와 수집된 가구들이 결합해 불완전한 요소가 서로 부딪치는 듯한 파편화된 구조물을 보여준다. 이 결합은 개개인의 역사와 경험이 접합된 것으로 낯설고 이질적인 모습이 보여주는 상호보완적 요소를 피력하는 형상이다. 그 위에 덮인 장식적인 요소가 가득한 산수화 위장막은 이상적이며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통해 한계나 제약과 같은 부정적인 조건까지도 우리의 삶의 일부분임을 인식하도록 해준다. 결국, 각자의 인식과 경험을 접합해 단순화시킴으로써 삶의 본질에 더욱더 명료하게 다가서게 하고 자기보호나 단절인 듯하지만, 산이란 거대한 안식처에서 느끼는 안정감을 통해 우리에게 모든 허물을 감싸주려는 작가의 마음이 담겨있다.
‘두 개의 달’ 작품은 거울 위 두 개의 축을 가진 팽이 형상의 뼈대 위에 다양한 장식물로 접합되고 이어진 모습으로 달을 구조화시킨 것이다. 작품은 좌우 축이 대칭된 모습이지만, 일정한 경계 없이 가변적인 구조물로 바닥에는 바퀴를 장착해 유동이 가능토록 했으며, 거울에 비친 벽면의 일루전을 통해 두 개의 달로 인식되도록 확장시켰다. 이는 고정된 시각에서 벗어나 관객과 호흡하길 바라는 작가의 외적인 소통 방법이며, 버려지고 상처받은 낡은 것들의 연민과 번민을 모아 닦고, 칠하고, 장식하는 수행적 내적 소통과 결합하여 감춰주고 보듬어 주는 치유의 달로 형상화했다.
‘물’ 작품은 전시장 안쪽 또 하나의 쓰임새로 선택된 침대 매트리스 구조물이 바닥에 놓여 있다. 그 위에 버려진 산수화를 출력한 카펫이 덮어져 있다. 이상적이고 관념적인 산수화의 물과 푹신할 것 같지만 구조물이 드러난 스프링은 묘한 불편함과 예민함을 전달하고 있다. 작가는 이 설치물을 통해 “가려진다”라는 표피에서 “숨긴다”라는 내피를 함께 보여주는 듯하다. 버려진 산수화의 왠지 자연스럽지 않은 물과 카펫이 덮인 매트리스 스프링 구조물에 나타난 불완전한 요소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관계를 맺으면서 자아를 숨기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에 대한 오마주를 표하며, 적극적이고 수용적인 자세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다.
민성홍 작가는 “‘두 개의 산, 두 개의 달, 그리고 물’ 작업을 통해서 관람객 개개인들에게 새롭게 주변에서 변화되는 공간과의 의미적 재인식 과정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개인과 주변 생활공간과의 상호 관계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또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미술 형식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체험적·다매체적 형식의 전시 구성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