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경북연극협회장 백진기 <br/> 포항서 40여 년 연극인 외길 인생<br/> 배우·연출자로 160여편 무대 올라<br/>“경북연극제, 기존 경연방식 탈피<br/> 페스티벌 방식 전환 등 변화 줘야<br/> 영천지부 이어 내달 경산지부 설립<br/> 관객이 찾아오는 축제로 만들고파”
“인간이 인간다워지는 세상이 되는 것이 인류가 추구해야 할 과제라면 연극은 이를 가능케 하는 하나의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연극은 사회적 지위와 신분을 초월해서 사람과 사람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주며, 사람들 사이에 심리적으로 일체감을 주는 공동체 의식과 집단적 유대감을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포항 지역에서 연극인으로 40여 년간 활동해온 백진기 경북연극협회장. 중학생 때부터 배우의 꿈을 가지고 연기를 시작한 백 회장은 1978년 9월 포항 극단 은하에서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로 데뷔한 뒤 160여 편이 넘는 연극 무대에 오른 뛰어난 배우이자 연출자다. 지난해 12월 그는 연극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도내 시·군을 누비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 그를 지난 7일 경북연극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평생 연극인 외길만 걸어왔는데 경북연극의 험지에 예술의 꽃향기를 느끼도록 봉사하겠다는 결심을 높게 평가한다.
△1990년 경북연극협회가 창립될 당시 협회 사무국장을 맡아 도내 지부가 설립되는데 실무를 담당하였었다. 경북연극에 마지막 봉사하고 싶은 심정으로 출마하게 되었다.
-경북연극협회장으로 취임하고 7개월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간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지난 4월의 경북연극제, 6월 경북청소년연극제까지 바쁜 시간을 보냈다. 지난 6월에 영천시지부를 설립하였고 다음 달에는 경산지부가 설립될 예정이다.
-경북연극 발전을 위한 구상이 있다면.
△협회가 해오던 기존 사업에 변화를 주고 싶다. 분산 개최되고 있는 경북연극제도 경연방식 고수에서 벗어나 경연과 비경연을 절충하는 페스티벌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난 33년간 시대적 상황이나 문화 수준, 연극 인식이 엄청나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북연극제의 운영방식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시대적 문화적 변화에 탄력적 대응을 하지 않는, 그 때문에 활력과 창의성이 발휘되지 않는 축제였다는 얘기다. 이를 예술축제로, 수용자 중심의 축제로 바꾸어 나가고 싶다.
-재정지원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2023년 경북연극제는 도내에서 분산 개최되던 방식이 아닌 한곳에 모여 동시다발적으로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임으로써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관객이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축제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번에 영천지부를 인준하면서 문화도시를 만들려고 하는 영천시 관계자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영천시의 협조로 새로운 모습의 경북연극제를 준비하고 있다. 축제성을 강화하여 프로그램을 다변화하고 연극인과 주민들이 향유하는 축제로 나가야 한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의 질, 공연작품의 우수성이 중요하다. 경연대회 외에 타지역 극단들과 지역극단의 공동 합작으로 참여시키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이는 지역 간의 적극적 교류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할 뿐 아니라 우수한 제작 방법이나 연극 역량 습득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연극협회의 다른 지회와 차별화되는 특징은.
△다른 지회도 마찬가지겠지만 경북지회는 회원들 간에 동료애가 강하다. 지난달 개최한 경북연극제 공연을 며칠 앞두고 2개 단체에서 코로나 확진으로 연습이 중단되었다. 단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확진되자 끝내는 연극제 참가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1개월이 넘게 연습을 해오던 중이었기에 공연 일을 목전에 두고 불참해야 하는 심정은 많이 아팠을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참가단체들은 위로금을 갹출하여 불참하게 된 두 단체에 위로 성금을 전달하는 훈훈한 동료애를 발휘했다.
-지역 환경에 맞는 앞으로의 연극 관련 계획이나 구상 중인 사업이 있나.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올해 22회째를 맞았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개최되었던 포항 환호공원에서 12년 만에 환경친화적인 연극제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 확진으로 개최가 불허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환호공원에서 연극제 개최가 허가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과거 무대를 설치하고 트러스를 세우고 발전기를 돌려 조명을 밝히던 방식에서 벗어나 공원에 조성된 환경을 이용하여 연극제를 개최하고 한다. 일정은 30일~9월 4일(예정)이 될 것이다.
-회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부하는 연극협회를 만들자. 주위에 많은 후학에게 대학 연극과 편입을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 사이버 대학에도 연극학과가 생겼더라. 저렴한 학비에 집에서 공부할 수 있고, 줄곧 해왔던 연극이기에 수업이 재미있었다고들 한다. 전공을 하면 사회진출에 유리한 면이 많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지회 사업으로 ‘좋은 연극 보기 운동’을 전개하려고 한다. 서울연극협회나 소극장협회의 협조를 얻어 좋은 공연이 있을 때는 공연료를 할인받거나 초대를 받아 좋은 공연을 감상할 기회를 만들겠다. 좋은 공연을 많이 보는 것만큼 큰 공부가 없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