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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 깨닫게 해주죠”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2-08-22 18:23 게재일 2022-08-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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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초빈산방 대표 조아경<br/>“치유농업 연계 맞춤형 밥상·치유음식 프로그램 개발 등 농촌 문화 활성화<br/>  농촌 관광·체험·휴양공간 제공… 한국형 치유농업·음식으로 만들고 싶어”

“농촌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진정한 휴식으로 삶을 재충전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농업·농촌의 소중한 가치 인식과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산교육은 덤이죠.”

포항시 남구 장기면에 있는 초빈산방. 이곳은 농촌 관광 및 체험·휴양 기능을 갖춘 복합공간이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관광 상품으로써 농촌경제의 활성화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정신건강까지 돌볼 수 있는 장기적인 지역 활성화 핵심 관광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치유농업’ 선구자로 널리 알려진 조아경(58) 초빈산방 대표를 지난 21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초빈산방 소개를 부탁한다.

△풀 초(草), 빈랑나무 빈(檳). 풀은 아주 낮은 존재이며 빈랑나무는 상징적 의미로 누구에게도 꼭대기를 보여 준 적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초빈에서는 풀과 빈랑나무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곳, 즉 세상의 위치에 상관없다는 뜻으로 초빈이라고 했다. 정식 이름은 ‘(주)초빈치유농업’이지만 대부분이 70세 이상인 마을주민분들과 차담 시간을 가질 때마다 부르기 어렵다고 하셔서 ‘초빈산방’으로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개울 건너 있다고 건너 뜨레 또는 꽃을 딴다고 꽃백정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로 어떤 사업을 하나.

△초빈산방은 치유농업뿐만 아니라 산과 들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한 내 몸에 맞는 밥상, 전문가와 함께하는 치유 음식 프로그램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한다. 농촌의 가치를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찾아내는 문화 주막이다. 또한 화려한 문명의 새 떼 속에 날기를 포기한 사람들의 쉼, 휴식, 지역민이 함께하는 권역별 시민 문화 주도사업 등 치유농업과 연계한 로컬푸드와 놀이 문화, 방송 관광, 경제 활성화 등이 이루어지는 복합 소통 공간이다. 하는 일은 한국형치유농업과 치유 음식 프로그램 개발, 교육, 컨설팅, 본디음식 연구 재해석 맞춤형 식의 처방 맛 포럼, 질병 토크, 맛 칼럼, 인문학 콘서트 등이다. 2012년 문을 연 뒤 바로 이듬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주관한 우수 농어촌 식생활 체험 공간으로 선정됐다.

 

-치유농업을 공부했는데.

△2018년 초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 치유농업 현지 연수를 개인 자비로 다녀왔고 연말에는 경북 도비로 또 한 번 다녀왔다. 독일의 크나이프 허브요법이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식물을 이용한 향기요법을 접하면서 한국에서 자생하는 많은 본초를 음식과 매칭한다면 훨씬 더 많은 강점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학생을 정신과보다 먼저 케어팜 치료를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동안 치유농업 활동에 대해.

△초빈산방은 휴식과 힐링의 장소를 제공하며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심리적·신체적으로 불편한 사람들이 다친 마음을 치유하며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의지를 갖게 해주고 있다. 첫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 학생과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감자에 싹이 났어요’는 감자 파종에서 수확까지 매주 취재와 성장 과정을 통한 가족 간의 상처 보듬기 치유 프로그램이다. 둘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약 2년에 걸쳐 간장, 된장을 빚어 급식까지 실시하는 성장 치유 프로그램은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정서 순환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는 노령화되어가는 농촌 마을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장기지역 할매·할배들의 인문한 몸빼 소풍은 노인들의 소외 치유 프로그램이다. 네 번째는 유방암 대장암 췌장암 등 수술 치료 과정을 겪은 후 증상별 암환자들과 토크를 하면서 마음 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직접 꽃차를 만들고 약초 장아찌나 술을 담는데 어디에 사용하나. 또 건강에 이로운 음식과 약선음식 개발에도 열중하고 있다.

△한의학 본초학 박사 전공을 살려 본초의 법제 특징을 살린 음식을 하여 환자들과 토크, 수다 한마당을 할 때 주로 사용한다. MBC ‘전국시대’ 로컬푸드 로컬레시피 방송을 3년째 함께 하고 있으며 지역민들에게서 지역 음식을 찾아내어 레시피 개발을 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여성 인재로 등록돼 치유농업, 치유 음식 분야에선 이미 명성을 얻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경증 우울증을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병원과 연계해 ‘냉큼냉큼 우울 뽑아내고’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치유 음식과 농업 활동이 우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통해 논문을 쓰고 학문으로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자기가 해 먹고 살던 음식에 치유라는 단어를 붙여 유행가 가사 같은 주먹구구식 치유 음식이 아닌 전문성을 부여하는 한국형 치유농업과 치유음식 그 범위를 만들고 싶다. 전력 질주해야 하는 초중고·대학생, 취준생 대상의 숨구멍 체험 공간 조성과 풀들과 한 달 살기 등의 프로그램도 마련하고자 한다.

 

-초빈산방을 찾는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303호나 701호나 모두 사는 것은 비슷하지만 말하지 않을 뿐이다. 세상을 향해 스스로 극 처방을 하기 전에, 원시의 숲 같은 초빈의 낡은 의자 하나 당신을 늘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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