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운전하여오면서 인간의 삶도 운전과 같음을 알았다. 사고 없는 운전을 위해서는 운전 기술도 있어야 하지만 신호와 차선을 잘 따라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듯이 탈 없이 인생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도 지켜야 할 법과 가야 할 길을 잘 알아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가끔은 뜻하지 않는 장애물도 만나고 위반해 보고 싶은 유혹도 있을 것이며 자신도 모르게 교통위반 딱지가 날아오기도 한다.
운전의 기본은 가고 서는 것이다. 출발과 정지의 기술뿐만 아니라 가야 할 때와 서야 할 때를 잘 판단해야 하는데, 그 가고 서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신호등이며, 길이 교차하거나 갈라지는 곳, 또 주의해야만 하는 곳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의 인생에도 무수한 신호등이 깜빡거린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신호등일 뿐이며, 모르고 지나치기 쉽고 지나고 나서 알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이다. 빨간 신호가 들어오면 괜히 짜증 나고 푸른 신호에 맞게 잘 통과하고 나면 기분이 좋듯, 우리 삶도 앞이 막히거나 잘 풀리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일이 잘되어 나가면 몸도 마음도 즐겁고 가벼워진다.
빨간불은 정지 신호다. 그러나 좀 있으면 파란불이 켜진다. 그런데 그 몇 초간을 묵묵히 잘 기다리는 사람과 사뭇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성격 탓만은 아닐 것이다. 파란불은 계속 달려도 좋다는 신호다. 그러나 언제 빨간 신호로 바뀔지 모르는 것에 대비하여 브레이크에 발을 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겠다. 우리는 흔히 푸른 신호를 보고 달려왔을 때, 가속해 통과하려고 하기 쉬운데 자칫 신호 위반과 함께 사고의 위험이 따르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생도 그렇다. 앞날이 약속되고 순탄하게 승승장구할 때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는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안하무인으로 달려나가다 보면 자기 페이스를 잃고 큰 실패를 겪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신호는 빨간불보다는 파란불일 때 더 위험하다. 푸른 신호에서 브레이크를 밟아가는 사람과 가속페달을 밟는 사람, 이 두 경우 항상 사고는 후자의 경우에 많다는 사실이다. 나는 한적한 자동차 전용도로를 달릴 때 빨간 신호가 보이면 속도를 줄이며 다가가서 정지하는 일이 없이 다음 푸른 신호에 맞추어 통과하는 시도를 한다. 빨리 가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서서히 가다가 서지 않고 통과하는 것이 쾌감도 있고 서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에도 신나게 달리는 푸른 신호만 켜지는 것이 아니다. 빨간 신호가 들어오면 잠깐 서서 허리도 펴고 눈을 들어 앞을 보는 여유를 가지자. 명절날 정체된 고속도로를 달려보면 버스 전용차선으로 용감하게 질주하는 규정 위반의 차들을 본다. 바쁜데도 차선을 지켜 가는 내가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규정을 지키며 천천히 밀려가는 많은 차량을 볼 때 동행의 평온함을 느낀다.
푸른 신호 앞에서 브레이크를 조금씩 밟아가는 지혜와 밀리는 차량의 물결을 따라 천천히 달리며 멀리 보는 여유를 운전하면서 깨달았다. 남은 내 인생의 운전도 그렇게 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