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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림자에 가려 빛을 잃은 키 작은 꽃을 위해

등록일 2022-10-05 18:02 게재일 2022-10-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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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률시인·국악인
오낙률 시인·국악인

가히 꽃의 붓다라고 불릴만한 연꽃은 잎과 꽃이 너무 크고 화려한 탓에 다른 꽃들에 그늘을 드리울까 봐 아예 물에서 사는지도 모를 일이다. 백련도 홍련도 가시연꽃도 그 차가운 물에서 평생을 사느라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칠월에서야 꽃송이를 피우는지 모를 일이다. 연꽃의 꿈속에 ‘내가 꽃으로 살면서 내 꽃그늘에 가려 빛을 잃고 사는 나보다 키 작은 꽃을 살필 줄 아는 꽃이 있다면 그에게 온 계절을 다 맡겨 세상을 꽃밭으로 가꾸게 하리라’는 신의 계시가 있어 연꽃은 그 여름 물속에서 수행의 꽃송이를 가꾸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무릇, 아름다운 꽃이란 그 빛깔도 빛깔이지만 고개라도 살짝 숙여 필 줄 아는 꽃이어야 그에게서 아름다운 향기와 풋풋함과 청초함이 배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가끔 꽃길을 걷다가 다소곳이 고개 숙인 꽃을 만날 때면 그 모습에서 오랜 자연생활에서 유전형질처럼 이어온 참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날로 자기중심적으로 변해 가는 우리네 사회상과 비교하여 생각하면 각별한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인류가 생존을 위한 먹거리 조달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다가 오늘날의 문명사회로 더불어 사는 모습을 활짝 핀 꽃밭에 비유하기도 한다. 무릇 꽃밭이란 수많은 종류의 꽃이 어우러져 피어야 비로소 꽃밭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꽃밭 같은 세상에 살면서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예쁜 꽃이라고 자만하며 군림하려는 꽃이 있다면 그는 이미 향기를 잃은 꽃이거나 어느 집 창가에 놓인 꽃병에서나 볼 수 있는 외로운 존재에 불과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우리 사회가 꽃의 가치를 판단하는 보편적 시각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왜 모든 동물이 배설하는 분변은 구릴까. 그것은 한 동물의 몸에서 배출된 분변은 이미 더 이상의 효용 가치가 없으니 자연에서 빨리 분해되라고 체내에서 분해물질에 해당하는 암모니아 효소 처리를 하여 내보내니 그럴 수 있겠고, 또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네가 살면서 먹고 마시는 행위가 늘 이렇게 타자의 희생에서 얻어지는 구린 짓이니 잘 살피며 살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어느 날 껌을 씹다가 그만 입술을 깨문 기억이 있다. 단물 다 빠진 껌을 습관처럼 너무 오래 씹은 것이었다. 피가 멈추고 혓바닥으로 내 치아를 더듬어보니 나는 너무 날카로운 치아를 지니고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내 날카로운 치아에 물려 피를 흘린 이웃은 없는지 살피며 살 일이다.

커다란 가마솥 안에 삶은 돼지고기에서 설설 김이 피어오르는 그 시간이 세월이고 그 모습이 세상이 아닐까 싶다. 개라는 동물은 꼬리 칠 줄 안다는 이유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지녔음에도 인류의 가장 밀접한 반려동물 위치까지 올랐다. 그것도 개의 입장으로 보면 종족생존의 한 방편이 되는 줄 알지만, 항간의 정치권에는 자신이 지키는 울타리 주인에게 충성하기 위해 앞뒤 분별없이 무참히 타자를 물어뜯는 인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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