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기념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10월 1일 건군 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소개된 영상이 문제가 됐다. 행사가 마무리될 즈음에 국군의 결의를 담은 영상이 소개됐는데 중국 인민해방군의 장갑차가 돌연 출현한 것이다. 해당 영상에 나오는 장갑차는 ‘중국 92식 보병전투차(ZSL-92)’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잘못된 사진이 사용된 것을 시인했다. 또 온라인 영상에 대한 해당 부분 수정을 각 방송사에 요청했다. 그럼에도 파장이 줄어들지 않자 결국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유감 표명으로 이어졌다. 이 장관은 4일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죄송하다. 이런 일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답변했다.
국군의 날 기념식에 대한 논란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부대의 경례를 받은 후에 ‘부대 열중쉬어’를 하지 않고 연설을 하려고 했다. 현장 지휘관이 작은 목소리로 부대 열중쉬어 구령을 대신했지만, 야당에서는 연설 내내 장병들을 경례 상태로 세워 둘 참이었느냐며 비판을 했다.
6년 만에 계룡대에서 거행된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이런저런 해프닝이 발생한 것이 안타깝다. 물론 행사를 치르다 보면 실수가 생길 수는 있다. 그렇지만 국방에 있어서만큼은 작은 실수라도 허용해서는 안 된다. 북한과 대치 중인 우리나라의 엄중한 안보 현실 때문이다.
북한은 국군의 날에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4일에도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일본 열도를 넘어 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은 한때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에 피난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북한은 올해 탄도미사일을 21차례 발사했는데, 현 정부 출범 이후로만 9번째이다.
‘전쟁론’의 저자 클라우제비츠가 말했던 것처럼,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 있는 어느 한쪽의 적극적인 행동은 힘의 긴장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은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에 지속적인 긴장을 야기시키고 있다. 국군의 날 기념식 해프닝에 여유로울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달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등장했던 장갑차가 있었다. 해병대 1사단에서 출동시킨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였다. 물바다를 이룬 포항 시가지에서 시민 구조에 나선 장갑차의 모습에 전 국민이 주목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군의 존재를 실감한 순간이었다.
국군의 날 기념식 영상에 포항에서 활약했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가 나왔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등장했던 장갑차는 국군의 존재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국군의 날 기념식 영상에 난데없이 나타난 중국 장갑차를 보면서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된 우리 장갑차의 모습이 반갑고도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