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태풍 힌남노 폭우 때 아파트 지하에서 실종된 9명을 구조했는데 생존 2명, 심정지 추정 7명이라는 보도를 보고 ‘실종(失踪)’이란 말을 되새겨본다. 실종은 첫째, 보호자 이탈, 납치, 가출 등 자의나 타의로 잠적한 경우로 살아있을 확률은 높지만 둘째, 재난에 의한 경우는 생사여부가 불분명하고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면 남겨진 가족들 마음에 상처가 크다.
작년 실종자는 경찰서 신고 기준으로 하루 180명이나 된다고 하며, 지난 5년간 매년 4만여 명이 실종되어 아동 2만, 지적 자폐 정신장애자 8천, 치매가 1만2천이라 하는데 시민 제보와 경찰 당국의 추적 관리로 거의 다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미해제 인원은 3~15명 정도 남는다고 하니 놀랐던 마음이 풀린다. 어린이는 약취, 유인, 유기, 가출 등으로 미아 신고되거나 해외입양, 인신매매되는 일도 있고, 범죄 관련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에 이러한 악조건도 발생하고 있어서 각 지자체는 2013년 ‘실종아동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그 범위를 14세에서 18세 미만으로 확대했고, ‘모바일 안전 드림 앱’ 등으로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어린이 실종 사건으로는 대구의 ‘개구리 소년들’이 옛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한국전력 요금청구서 뒷면에는 매달 2명씩 실종아동의 사진과 함께 나이, 실종 일자와 장소, 키, 체중, 피부색, 심지어 흉터 등 신체 특징과 당시 입었던 옷, 신발 등도 알리고 있다. 보통 10세 미만의 아동들인데 0세 아이는 어떻게 잃어버렸는지? 80년에 실종된 3세 아이는 지금 40세가 넘었을 텐데 어디 무엇을 하고 있을까? 17세 여학생은 성범죄에 연루된 건 아닐까? 다 예쁘고 착해 보이는데 잃어버린 가족들의 마음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64년 3세였던 아이는 지금 살아있다면 60세가 넘은 할머니뻘인데, 가족이 아직도 찾고 있는 모양이니 안타깝다. 전국적으로 수천 개가 넘는 아동 보호시설은 사회 취약 계층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월 30만 원 보장비를 받고 있고 해외 입양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들도 잘 관리하여 아동의 안정적 자립을 도와주고 사라지는 아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 요즈음 휴대폰의 ‘안전안내 문자’에는 코로나 확진자 수와 함께 실종자를 찾는 알림도 뜬다. 주로 60세 이상의 노인들이다. 외모와 인적 사항을 알리고 있지만 궁금하여 들어가 보면 거의 1주일 이내에 실종경보 해제가 되고 있음이 다행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무연고 사망과 자살 등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급격한 고령화와 가족해체 등으로 1인 가구와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901만 명 중 독거노인은 176만 명이며, 이 중에서 고독사가 3천600 명으로 4년 전보다 47% 증가했다고 한다. 22년 8월부터 ‘고독사 예방 및 관리 시범사업’을 경북을 비롯한 9개 시·도에서 시작하여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한 첫걸음을 떼고 있다.
세계적인 나라로 성장하고 있는 지금, 외롭게 잊혀진 사람과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후원으로 밝은 사회를 이루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