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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물음

등록일 2022-10-26 17:56 게재일 2022-10-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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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관련 업무가 갑작스럽게 중지된 시간, 나는 줌(ZOOM)으로 열린 회의와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간사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학술대회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메시지 전송이 되지 않았다. 최근 스마트 폰의 이상 징후가 자주 느껴지던 상황이라 급하게 데스크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낑낑대는 동안 화재로 인한 업무 마비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전에도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일상이 정지되는 순간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로 일대의 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이 장애를 일으켰던 경우이다. 당시에도 보상 문제가 대두되고 데이터 센터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당시의 기억을 잊고 공기처럼 데이터가 존재할 것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이번 사태는 이전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그쳤던 불편함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점, 카카오라는 플랫폼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카카오의 은행과 모빌리티 등은 대부분 24시간 안에 복구되었지만, 메일은 사태가 나고 4일이 지나서야 복구되었다. 다음 메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메일로 우회하거나 중요한 메일을 수신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를 국가 기반 통신망의 위기로 규정하며 카카오의 독점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카카오라는 사기업과 국가 통신망이라는 공공성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IT 기술의 진보가 더욱 가속화될 미래에 국가의 역할은 거대 기업의 독점을 방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이번 일을 겪으며 첨단 기술의 이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언제든 이번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민하게 들여다볼 문제이다.

거의 모든 사람이 갑작스런 불편함을 겪으며 시스템의 문제를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한다. 카카오가 상징하는 IT 기술의 진보는 일상의 근본을 바꿔놓았다. 터치 몇 번으로 은행 업무를 마치고 쇼핑을 하거나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언제나 매끄럽고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바, 그 믿음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 단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기술의 진보를 만들고 기계가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의 미래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의 특징도 바로 ‘인간’의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혁신으로 생각했다. 기술의 미래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한 까닭이다.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는 어떻게 가능할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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