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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나무 숲속의 축제

등록일 2022-10-27 18:32 게재일 2022-10-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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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올해의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15일간의 야외전시로 송도 바닷가에서 열리고 있다. 예년보다 조금은 소규모인 듯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없지만, 송림 솔밭 도시 숲에서 포항거리예술축제가 같이 열려서 푸근하게 바다와 숲을 보면서 우리 생활에서 희미해져 가는 듯한 삶의 맥을 짚어볼 수 있어 좋았다.

스틸아트페스티벌은 ‘동행-공존하는 다양성’을 주제로 철강기업 작품 14개와 작가 작품 21개, 시민참여 작품 1개 등 총 36개 스틸아트가 맑은 가을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송도에서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을 배경으로 포항이 문화예술 도시로의 발전을 기원하듯이 ‘해보는 대로’에 줄지어 서 있다.

먼저 입구 쪽 안내 부스로 가서 안내 책자와 문화 여권을 받고 천천히 투어를 시작했다. 하나하나 사진도 찍으며 살펴보니 부엉이, 오리 새들과 돌고래, 개복치 물고기도 있고 사슴, 고양이뿐만 아니라 예쁜 나비와 달팽이 등 곤충과 벌레도 철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모두 인간과 공존하는 생명체들이다. 그 사이 서 있는 천사는 두 손 모아 무엇을 기도하고 있을까? 평화의 여신상이 50년 전 포항 시정목표인 ‘명랑한 문화도시’가 이루어진듯 힘차게 하늘로 두 손을 펼치고 있다.

백사장에 늘어서 있는 체험 부스로 돌아오니 어린이와 손잡고 가족이 흥미롭게 기웃거린다. 캐리커처도 그려주고 한지·칠보 공예 체험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기념품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도 문화 여권에 ‘제목 맞추기’를 써넣어 스탬프도 찍고 체험 티켓을 사서 캐리커처도 그려 받고 종이꽃 액자도 만지작거려 보았다. 또 다음 날 밤에 다시 와 보니 찬란한 포스코 불빛과 검은 바다의 파도 소리에 스틸아트는 더욱 빛나고 있었다.

‘포항거리예술축제’가 열리고 있는 길 건너 소나무 숲으로 가봤다. 금·토·일요일 사흘간 송도 솔밭 도시 숲에서 ‘우리, 좀 더 가까이’라는 주제로 숲속에 있는 구령대, 족구장, 정자뿐만 아니라 숲속 쉼터와 놀이터 데크 등에서 스무 개의 다양한 볼거리가 공연되고 있었다. 예술가와 시민을 잇고 다양성, 포용 그리고 연결이라는 시민참여 예술제에 포항의 16개 동호회가 참여하고 있었다. 주로 젊은이들이 몸짓으로 율동으로 또 연극으로, 관람하는 시민과 가까이서 또는 같이 움직이며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시간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다 둘러보기는 어렵겠지만 숲길마다 흥겨운 가족 나들이 모습이 바로 축제다.

‘요람’ 공연장 데크에서 체험으로 요람에 누워 어린이처럼 웃었지만 곧이어 시작된 1인극은 홀로 공간에서 맴도는 한 여배우의 모습이 각자의 생활 속 시공을 되새겨 보게 한다. 무대 옆을 흰 삿갓을 쓴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기에 뭔가 했더니 ‘숲을 거니는 싯구들’이라는 참여형 거리극이었다. 움직이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기도 했다.

저녁나절, 송도 카페 문화거리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니 그것은 밤의 축제다. 카페와 치킨집, 그야말로 ‘까치집’에는 젊은이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국제불빛축제가 취소된 포항의 바닷가에는 또 다른 축제가 시민들의 마음속에 불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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