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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을 지켜보았다

등록일 2022-11-10 19:53 게재일 2022-11-1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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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수필가
윤영대수필가

입동(立冬) 다음날 8일 저녁, 오후 6시경부터 개기월식이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두텁게 입고 해그름의 영일대 해수욕장으로 나갔다. 벌써 수평선 위로 보름달이 떠 있고 다행히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저녁 하늘이어서 보름달의 변화를 지켜보기로 했다.

월식은 해-지구-달이 일직선으로 있을 때 지구 그림자가 둥근 달을 갉아먹는 것처럼 보인다고 월식(月蝕)이라고 하는데 오늘은 몽땅 다 갉아먹는 개기월식이고, 또 가까이 지나는 천왕성을 덮어버린다는 ‘천왕성 엄폐’가 동시에 일어나는 희귀한 ‘우주 쇼’라는 것이다. 그래서 쌍안경까지 챙겨서 나갔었다. 넓은 바다를 향해 앉아 지구가 달을 갉아먹는 것을 보려니 6시8분48초에 시작됐다는 월식은 이미 상현달 모양이다. 조금씩 가늘어지며 거꾸로 초승달 모양으로 되어 가더니 7시16분경에 개기월식이 시작되어 서서히 검붉게 변하여 8시경에 절정을 이루어 핏빛의 블러드 문(Blood Moon)으로 변했다. 이때 붉은 달은 햇빛이 지구를 지나며 푸른빛은 산란하고 붉은빛만 굴절되어 달을 비추기 때문이다. 바닷가에는 조용히 흰 파도가 밀리고 해변 모래밭을 걷던 산책객들도 월식 현상을 폰카메라로 찍어댄다. 망원렌즈를 부착한 큰 카메라를 앞에 두고 앉아 촬영하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다음 개기월식은 2025년 9월에나 볼 수 있다고 한다. 맨눈으로는 볼 수 없는 천왕성 엄폐 모습은 200년 후에나 다시 발생한다는 사실이 아쉬워 쌍안경으로 텅 빈 하늘을 이리저리 찾아봤으나 작은 렌즈 속으로 보름달을 끌어넣기가 쉽지 않았고 겨우 계수나무 밑에서 토끼가 방아 찍는 모습이 불그스럼한 자국으로 보일 뿐….

8시43분 경에 90여 분 정도의 개기월식이 끝나자 붉은 달 왼쪽이 하얗게 빛나더니 그믐달이 되며 지구 그림자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영일대 누각에서 보면 어떨까 하고 장미원 광장으로 가는데 한 무리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오늘 무슨 축제인가?’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커다란 망원경도 4대나 놓여있었다. ‘2022년 개기월식 공개 관측회’라는 현수막도 낮게 걸려있었다. 알아보니 경북천문교육연구회와 포항고등학교 별바라기 모임에서 시민들에게 개기월식을 직접 관찰하게 하는 행사였다. 이날 전국적으로 30여 곳 천문대 등에서 별빛보기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포항에도 이렇게 15명 정도의 고등학생들이 천문연구 모임을 만들어 우주를 공부하고 있다니 자랑스럽다. 그때 막 개기월식이 종료되고 부분일식이 시작되는 시점이라 줄 서서 기다렸다가 망원경 렌즈에 눈을 갖다 대었다. 붉은 보름달이 신비로운 우주의 모습을 대형 망원경으로 보는 것도 첫 경험이다. 행사 요원의 도움으로 그 영상을 휴대폰에 담아왔다. 달은 그믐달에서 서서히 빛을 찾아가며 하현달을 지나고 9시30분이 되어서 환한 보름달의 밝음을 되찾았다.

하루 저녁 3시간 동안에 초승달 보름달 그믐달까지 모든 모습을 보여준 개기월식을 잘 보았다는 생각에 해변의 푸드트럭에서 블러드 문을 닮은 타꼬야끼 한 봉지를 사 먹으며 흐뭇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는 뇌리에는 아직도 개기월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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