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향, 17일 첼리스트 이정란과<br/>‘프라하의 향수’ 타이틀 정기연주회<br/>드보르작 대표곡 연주 가을 낭만을<br/>대구시향, 18일 제489회 정기연주회<br/>개성 강한 피아니스트 이진상 협연<br/>베토벤·차이콥스키와 사색 시간을
가을은 클래식을 감상하기 좋은 계절이다. 오케스트라의 정기연주회가 풍성하다. 포항시립교향악단이 드보르작을 연주하고 대구시립교향악단은 피아니스트와 협연하는 무대를 선보인다.
△포항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포항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7일 오후 7시30분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제192회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번 연주회에는 ‘프라하의 향수’라는 타이틀로 임헌정 상임지휘자의 지휘로 드보르작 ‘교향곡 제8번’과 ‘첼로 협주곡’연주로 깊어가는 가을밤을 수놓는다.
체코 음악 거장 안토닌 드보르작(1841∼1904)은 관현악과 실내악에서 민속 음악적 작풍을 잘 담아낸 감성적인 선율로 사랑받고 있는 19세기 후기 낭만주의 대표 작곡가다. 무한하게 샘솟는 음악적 재능을 지닌 작곡가로 칭송받았다. 미지의 신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며 평생 고향 보헤미아(체코 서부지방)의 정체성을 지키려 했던 그는 체코 민족의 정서가 깊이 배어있는 음악으로 세대를 초월해 사랑받고 있다. 50세가 되던 1891년에 미국 뉴욕내셔널음악원의 원장이 되며 체코에 대한 그리움과 인디언 음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융합해 작품을 만들었다.
음악회 첫 무대는 첼로 협주곡을 통틀어 가장 유명한 작품 ‘첼로 협주곡 b단조 Op.104’로 시작한다. 드보르작은 최고의 걸작을 미국의 뉴욕내셔널음악원장으로 재직 중인 1892년에서 1895년 사이 남겼는데 그 중 한 곡이 이 첼로 협주곡이다.
거룩하면서도 끝없는 인류에 대한 연민이 서려 있는 이 작품은 어떠한 불가능도 없다는 듯이 난해한 테크닉을 수시로 구사하고 있지만, 적재적소에 사용돼 전혀 과장된 느낌을 갖지 않는다.
이어서 두 번째 무대는 ‘교향곡 제8번’으로 드보르작의 9개 교향곡 중 9번 ‘신세계’ 교향곡 다음으로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이 곡은 그의 교향곡들 중 가장 체코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보헤미아 민속음악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해 마치 보헤미아의 시골길을 걷는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포항시향과 협연할 첼리스트 이정란은 화려한 기교와 시적이고 감각적인 서정성이 돋보이는 연주자로 평가받는다. 윤이상국제콩쿠르 1위를 비롯해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로스트로포비치 파운데이션 특별상(최고 유망연주가상), 루토슬라브스키 콩쿠르 특별상 등 여러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프랑스 국립루아르교향악단, 서울시향 등 세계적인 악단들과 협연한 경력이 있다. 서울시립교향악단 부수석을 역임했고 현재 연세대 객원교수로 재직중이다.
△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대구시립교향악단은 오는 18일 오후 7시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제489회 정기연주회’를 연다.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지휘하고, 피아니스트 이진상이 협연하는 이번 공연에서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4번’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으로 깊어가는 가을의 쓸쓸함과 낭만을 더해줄 예정이다.
1부에서는 ‘카리스마를 겸비한 지적인 음악가’로 호평받은 피아니스트 이진상(41)의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 제4번’을 들려준다. 1805년부터 1806년에 걸쳐 완성된 이 곡은 베토벤의 전작과 달리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지녔다. 관현악 편성만 놓고 보면 이전의 베토벤 협주곡과 큰 차이가 없지만, 관현악법과 피아노 기법은 전작에 비해 발전적이고, 특히 피아노의 부드러운 낭만성과 거장적인 면모를 모두 볼 수 있다.
이진상은 2005년 쾰른 국제 피아노 콩쿠르와 2008년 홍콩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을 비롯해 2009년 스위스 치리히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또 피아노 소리의 원리를 이해하고 그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피아노 제작을 공부하고, 스타인웨이 함부르크 본사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임용되며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2부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여섯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교향곡 제5번’이 장식한다. 화려한 선율과 극적인 진행으로 교향곡의 묘미를 극대화했고, 독특한 민족적 색채가 두드러진다. 이 곡을 만들 1888년 무렵 차이콥스키는 인생의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극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았다. 서유럽을 떠돌던 긴 방랑 생활을 마치고, 오랜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이 곡을 완성해 자신의 지휘로 초연했다.
줄리안 코바체프 지휘자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쓸쓸하지만 아름답고, 슬프지만 열정적인 두 거장의 작품을 준비했다. 베토벤이 들려주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깊은 대화에 귀 기울이고, 차이콥스키가 보여주는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클래식 명곡과 함께 사색의 시간을 즐겨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